디지털 환경 아래서의 문해력이 세대를 뛰어넘어 논란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자란 MZ 세대가 주축인 대학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부터 디지털 기기와 모바일 환경을 접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다.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대량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하면서 자라왔다. 즐겨 사용하는 미디어는 영상 및 소셜 미디어다. 그래서인지 요즘 대학생들이 강의실에 들어올 때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하나 달랑이다. 종이책을 들고 오는 학생을 찾기란 참 어렵다.
디지털 세대에게 문자언어의 산물인 책은 너무 내용이 많고, 문장도 길며, 단시간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고 이미 습관상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미디어 속성상 영상은 정보 전달이 직관적이고 현장감이 높아 우리의 인지 활동이 적극적으로 일어나지 않아도 되며 정보의 수동적인 습득자가 되기 쉽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는 빠르고 단편적인 정보 전달 방식 때문에 내용을 깊게 파고들지 않고 의미만 간단히 파악한 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책은 글자를 읽고 뜻을 해석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보를 얻기 때문에 정보 습득이 능동적이기 마련이다.
이렇듯 영상 콘텐츠를 가까이하고 책을 멀리하면 할수록 문해력 특히 어휘력이 부족해진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글을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독해력 저하의 원인이 바로 빈약한 어휘력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대학생들의 시험답안지는 그리 길지 않다. 긴 설명이 필요한 서술형 문제임에도 그냥 단답형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최근 회자된 '추후(追後) 공고'를 추후 공업고등학교의 준말로 잘못 이해한 경우나 '심심(深心)'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이해하거나 '우천 시'를 도시 지명으로 이해하는 경우 등은 이를 잘 보여주는 참 웃픈 사례들이다.
일찍이 미디어 비평가인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주장을 펼쳤다. 같은 정보나 지식이라도 종이나 책을 통해 접하는 것과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해 접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미디어 중심 세계에서 사느냐에 따라 뇌의 활성화 부분이 다르고 그에 따라 인식과 사고 나아가 행동의 패턴까지 달라진다고 본다.
물론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 문제를 과연 저하로 볼 것인가 아님 변화로 볼 것인가에 대한 답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문해력이 단지 개인 차원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의 문제로까지 연계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 즉,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을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지면 기본적인 소통의 문제가 생긴다. 글을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수 있고 글의 의도 자체를 곡해하여 엉뚱한 해석과 결과에 이르기 쉽다. 특히 글이 말하는 바를 이해하고 맥락을 분석적으로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게 된다.
요즈음은 단순한 문해력이 아닌 '디지털 문해력'이 더 널리 쓰인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에 기인한다.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정보 공유 능력,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거짓과 참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문자가 영상, 이미지로 대체되고 정보량이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허위 정보에 쉽게 노출된다. 결국 문해력은 단지 독해와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의사소통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의 문제다. 디지털 세대의 사회화 교육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대학에서 이러한 문해력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동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 kdg810@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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