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1심 결과 발표 시기가 연기됐다.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친 전원회의를 거쳤지만 '정보 교환 담합'을 적용한 첫 사례인 만큼 심사관·피심인 주장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한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관해 추가 사실을 확인한 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심에서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심사관은 4대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한 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며 시장 경쟁을 제한해 부당 이득을 얻고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LTV 정보를 공유하면서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미리 공유해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은행들은 단순한 정보교환이라고 담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즉, 은행의 부당 이익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정보를 공유한 이후에도 은행별 LTV에 차이가 있었던 만큼 경쟁 제한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전원회의 후 1주일 뒤인 오는 27일께에 판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위원들의 합의 결과가 발표되는데, 이날 공정위가 재심사명령을 내리며 이번 LTV 담합 사건 제재 여부가 연내 결정되기 힘들어 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병훈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내 결정 여부'에 대해 “답변하기 참 곤란한 건이다. 이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 “자료나 진술을 또 받고 그 조사가 다 나오면 심사보고서가 작성돼 상정하는 절차들을 다 거친 후 다시 기일을 잡아서 심의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심의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주장들을 추가로 확인해보자는 차원이고 기존 심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거나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재심사가 아주 이례적이지는 않다. 최근 심의가 마무리된 삼표 부당지원 사건도 재심사 이후 재상정해 제재가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하면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는 점에 이목이 집중됐다. 공정위 1심 후에는 서울고법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