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핵심 자원인 전파는 공공재다. 전파사용료는 국가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는 수익자가 전파 관리에 필요한 경비와 기술개발 비용을 분담하는 취지에서 내는 돈이다.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알뜰폰, 심지어 현대자동차와 테슬라코리아도 매년 일정액을 전파사용료로 납부한다. 이렇게 매년 2400억원에 이르는 돈이 국고로 흘러 들어간다.
전파사용료를 단순 기업만의 부담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통신사의 경우 가입자수에 따라 전파사용료를 낸다. 가입자당 분기별 2000원, 감면요소를 적용하면 약 1260원 수준이다. 이들이 부담하는 전파사용료는 사실상 통신비에 녹아 있다. 요금원가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매년 통신 3사가 내는 전파사용료 2000억원 상당을 가입 고객 모두가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거둬들인 사용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전파사용료는 2007년 일반회계로 편입되면서 전액 국가 세수에 충당되고 있다. 특별회계나 기금과 달리 특정세출로 편성되지 않아 사용처 추적이 불가하다. 전파와 전혀 관련 없는 부문으로 예산 전용이 가능한 것이다. 올해도 전파사용료 명목으로 거둔 1865억원 중 절반 이상이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전파법에서는 전파사용료를 전파 관리에 필요한 경비 충당과 전파 관련 분야 진흥을 위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합리적 전파사용료 회계 관리 및 운영 방안의 개선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파사용료를 재원으로 하는 전파기업 육성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국내 전파기업의 창업과 해외시장 진출, 제품개발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하자는 취지다. 예산 편성 권한을 쥔 기획재정부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전파사용료가 시민들이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준조세 성격을 가진 공적 재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