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심화에 작물도 바뀐다…2050년 국토 절반 아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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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 한현희 농업연구관이 아열대 작물인 파파야 시험 재배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최악의 경우 앞으로 30년 내 아열대 기후권 경지면적이 남한 국토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노지 작물은 시설 재배 작물보다 영향을 더 크게 받아 품종 변화가 절실하다.

지난 15일 방문한 제주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한현희 농업연구관은 “국립기상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SSP5)를 가정하면 30년 이내에 아열대 기후권 경지면적이 평년 대비 남한 경적의 55.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사과의 경우 205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만 재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기존 작물 재배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새로운 품종과 극복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한 박사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서도 아열대 작물 재배 확대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 국내 아열대 작물 수입량과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 망고는 2014년 기준 약 1만톤이 수입됐지만 작년 기준 약 2만7000톤으로 두 배이상 커졌다. 올해는 10월기준 3만1000톤이 수입됐다.

국내 아열대 채소와 과수 재배면적은 작년 기준 각각 135.5ha, 221.1ha에 달한다. 특히 과수는 5년 전보다 1.9배 증가했다. 아열대 과수로는 망고, 패션프루트, 바나나, 올리브, 파파야, 용과 등이 주로 재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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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아열대 기후대 변동.(자료=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연구소에서는 새로운 작물 도입과 재배에 따른 병해충에 대한 대응 전략, 농업환경 변화 모니터링, 대응 시스템 구축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재배지 변동을 예측해 미래 작물 재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SP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최고·최저·평균기온, 강수량, 일사량에 대한 고해상도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를 제작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총 14잭물의 미래 재배적지 변동지도를 만들었다.

또 생육 예측모형 개발과 적용으로 주산지 적정 작기와 생산량 변동도 예측한다. 농장 필지를 입력하면 작물의 생육, 장해 등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해외 문제해충 유입을 대비해 자동예찰장치, 예측시스템도 개발했다.

연구소는 그 동안 아열대 작물 58개를 도입했고 유망 작물 17개를 선발, 보급한다. 예컨대 망고는 애플망고로 알려진 '어윈(Irwin)'품종이 대표적이지만 당도가 높고 수확기가 다양한 '알폰소', '피커링' 등 품종을 선발해 시험재배 중이다.

재배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패션프루트의 경우 관행 수형(T자형)에서 1자형 수형으로 변형해 생산 수량이 22% 늘어나는 성과도 거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기존 전통 작물에 의존하기보다 작물을 다변화해 식량위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전지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작물과 재배 기술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앞으로 농업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구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