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3분기 4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인센티브 등 일회성 비용에 더해 반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와 위탁생산(파운드리) 적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메모리는 서버용 등 고수익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 선방했다는 평가다.
◇ 삼성 반도체 핵심, 메모리 실적은
3분기 반도체(DS) 부문 실적은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이다. 시장에서는 DS 부문이 4조~5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낮았다.
삼성전자는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실적설명회에서 “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은 전사 영업이익과 시장 컨센서스 차이보다 더 큰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일회성 비용 내용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가 1조원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부의 이익은 최대 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과 서버용 수요에 대응해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주효했다.
특히 HBM은 5세대인 HBM3E 양산이 시작되면서 전분기 대비 70% 매출이 늘었다. 서버용 D램도 평균판매가격(ASP)가 확대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고부가 제품 위주로 판매를 확대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재고 건전화를 위한 부진재고 확판을 병행했다”고 밝혔다.
낸드 플래시 역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중심으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전체 낸드 플래시에서 기업용인 서버 SSD 판매 비중은 50%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등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서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모바일과 PC 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과 PC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요 동력이 약했던 탓이다. 전방산업 수요의 양극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애플리케이션 별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 전환 투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메모리 공급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을 위한 선단 공정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1b D램과 V8·V9 낸드 등 수익성 높은 제품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HBM 경우 4분기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3E 제품 양산을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와의 품질 테스트 중요 단계를 완료했다”며 4분기 중 본격적이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성공 시 HBM 중 HBM3E 제품 비중이 5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3분기 기준 HBM3E 비중은 10%대 중반이다.
◇파운드리 투자 '속도조절'…'엑시노스' 반등 모색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는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업부 영업손실은 1조원대 중후반으로 추산된다. 매출은 7조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4% 늘었지만,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부 경우 주요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실적 악화를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빅테크나 AI 반도체 칩 제조사들이 경쟁사인 TSMC 위탁생산 비중을 높인 결과다.
삼성전자는 설비 투자 속도조절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파운드리 설비 투자는 예년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신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고도화는 이어갈 방침이다. 첨단 공정 기술이 바탕이 돼야 새로운 고객의 반도체 설계 프로젝트를 수주받을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5나노미터(㎚) 이하 첨단 노드 중심으로 수주 목표를 달성했고, 2㎚ 게이트올어라운드(GAA)의 공정설계키트(PDK)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고객은 2㎚ 공정 시제품 생산(MPW)를 통해 주요 설계자산(IP)와 웨이퍼 특성을 평가 중이라고 회사는 전했다.
시스템LSI는 매출이 늘었지만 적자는 면치 못했다. 매출 극대화 및 재고 최소화 전략은 통했지만 일회성 비용 증가와 전방 산업 수요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따라 핵심 제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이미지센서 수요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선단 공정에서의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시스템LSI은 고객사 재고 상승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스템LSI 사업부도 반등 기회를 모색한다. 회사는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제품에 시스템온칩(SoC) 공급하는 한편, 차세대 2㎚ 제품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AP인 엑시노스 제품 공급을 늘리겠다는 포부다. 2㎚ 엑시노스 설계도 곧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고객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대응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대형은 전분기 대비 판매량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분기 실적 개선 여부는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업체 간 경쟁이 심화돼서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