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이 옳았네”… 수집가가 100년간 팔지 말라 한 동전, 220억원에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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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스 에밀 브룬의 컬렉션에 포함된 덴마크 금화. 사진=AP 연합뉴스

1923년 사망한 덴마크의 재벌이 “100년간 팔지 마라”고 못박은 희귀 동전 일부가 경매에서 우리돈 220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최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덴마크의 버터 재벌이자 화폐 연구가 라르스 에밀 브룬은 1923년 사망 전 유언장에 자신이 가진 수집품에 대해 “1세기가 지나 모든 것이 잘된 이후에 팔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는 생전 거물 수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60여 년간 그가 모은 컬렉션은 2만 점에 달하며, 1496년 발행된 스칸디나비아 왕족의 금화, 17세기 노르웨이 프레데릭 국왕을 기념하는 동전 등 희귀한 동전들이 대거 포함됐다.

수많은 소장품을 가지고 있던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여러 나라가 유물을 약탈당하고 적국으로부터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수집품 역시 같은 신세로 전락할까 두려워했다.

이 때문에 그는 자손들에게 자신의 컬렉션이 덴마크가 파괴됐을 경우를 대비한 비상 비축품이 되어야 한다고 유언을 남겼고, 사망 100년 뒤에도 왕립 컬렉션이 남아 있다면 자신의 소장품을 팔아 직계 후손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물론 이를 온전히 지키려던 후손만 있던 것은 아니다. 일부 후손들이 동전을 판매하려고 했지만 유언장이 빈틈없이 작성돼 있어서 강제로 100년 간 이 동전들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간 브룬의 소장품은 단 한번도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그가 생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국가의 희귀 동전을 수집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경매가 정식으로 열리기 전부터 수많은 구매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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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서 120만 유로(약 17억 7900만원)에 낙찰된 1496년 스칸디나비아 금화. 사진=스택스 바워스 갤러리

덴마크 국립 박물관은 브룬의 소장품 중 일부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가지고 있어서 경매가 시작되기 전 소장품 가운데 희귀한 동전 7개를 미리 구입하기도 했다. 15~17세기 사이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주조된 금화 6개와 은화 1개로, 박물권측은 110만달러(14억 6700만원)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경매에 선보인 동전은 286개로, 총 1650만 달러(약 220억 11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중 스칸디나비아의 금화가 120만유로(약 17억 7900만원)로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브룬 컬렉션은 2만점이 넘기 때문에 경매는 앞으로도 수 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경매를 주최한 스택스 바워스는 브룬의 소장품이 모두 판매되면 역대 가장 비싼 동전 컬렉션이 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브룬의 컬렉션은 5억 크로네(7250만달러; 약 994억원) 보험에 가입돼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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