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2주년 기획] AI 전문가들 “韓 AI 키우려면 '법·규제 완화'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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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이 국내 AI 전문가 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7명(64.4%)가 'AI/데이터 관련 법 규제 완화'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AI 및 데이터와 관련한 법·규제 완화가 최우선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자신문이 국내 AI 전문가 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7명(64.4%)가 'AI/데이터 관련 법 규제 완화'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연구개발(R&D)에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응답도 41명(56.2%)이 선택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선진국은 최근 AI관련 규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는 아직 뚜렷한 지침이 없어 서비스 확대 리스크가 조명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이 EU 등 지역에 서비스를 하거나 제품을 판매할 때는 현지 법의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AI와 관련된 국제 표준에 자국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체계 수립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안전하고 보호되며, 신뢰할 수 있는 AI'를 주제로 행정명령(제14110호)을 발령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인공지능이 잠재력과 위험을 동시애 내재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개발·사요에서 지켜야 할 행정부의 8가지 원칙과 우선순위를 규정했다. 또한 연방정부가 활동 조정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백악관AI위원회'를 대통령실 내에 설립하도록 했다.

EU는 올해 5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포괄 규제하는 법률을 최종 확정했다. 이 법률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자유와 평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시스템에 대한 출시·이용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인공지능법상 금지되는 AI 시스템을 규정하고 있는데 △인간의 잠재의식을 이용하거나 조작·기만하는 기술로 원치않는 결정을 야기하거나 △특정 집단의 연령, 장애, 혹은 사회적·경제적 취약성을 이용해 행동을 왜곡하는 기술 △특정 집단을 차별하거나 홀대할 수 있는 '사회적평점(Social Scoring)'이 여기 포함된다. 다만 프로파일링을 통한 범죄 예측 등 일부 분야에서는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한다.

현재 22대 대한민국 국회에서 발의된 인공지능 관련 주요 법안은 총 4가지로 모아진다. 안철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대한 법률안'은 고위험 AI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부 역할, 사업자 책무, 이용자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정점식 의원 대표발의안 역시 인공지능 이용 제품·제공자의 사전고지 의무화와 표시 의무화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등 기본적으로는 이용자 보호와 규제에 관한 법안들이 우선 조명되고 있다.

이후 김성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서는 '인공지능제품 및 서비스의 우선허용, 사후구제 원칙', 조인철 의원 대표 발의 법안의 '인공지능 실증 규제특례 도입, 인공지능 기술 표준화사업 추진 등 규제 등 산업 진흥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AI로 인해 이용자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는 AI관련 사업과 예산을 확대해 R&D를 촉진하고 세제혜택 등을 부여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