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내내 가족 중 누군가 아파서 병원에 가게될까 두려웠다. 정부와 병·의원, 약국, 소방당국 등이 합심해 많은 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의대 정원 증원 논란 이후로 여러 갈등 분출로 인해 응급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주목받는 국내외 디지털치료제에 관해 알아보자.
먼저 정신건강이나 의존증(중독) 등에 활용되는 디지털 치료제로 다양한 상품이 개발 중이거나 출시되어 있다. A사의 한 제품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 치료를 위해 비디오게임을 활용, 환자의 주의력과 집중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B사의 제품은 만성불면증환자들이 수면 습관 개선과 증상관리를 위해 수면일기를 작성토록 유도하며 개인의 특성에 맞는 수면계획을 짤 수 있도록 돕는다. C사의 디지털 치료제는 공황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의 심박수, 호흡 패턴을 모니터링해 개인화된 대처방안을 제공하며, 가상현실(VR) 기술에 기반한 인지행동치료를 활용한다. D사의 제품 역시 공황장애 치료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인데, 미국 연방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디지털 치료제가 시도되고 있다. E사의 제품은 알코올 사용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금주를 유지하도록 돕는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제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F사는 인공지능(AI) 기능을 내장한 인슐린 펌프를 개발했다. 이용자들의 혈당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인슐린을 투여해 안정적 혈당수치를 유지해 준다. G사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증상을 환자 스스로 기록해 가면서, 필요시 의료진에게 증상과 건강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약물복용 알림 기능도 제공한다. H사는 대장암 조기 발견과 관리를 위한 앱을 통해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개인별 위험도를 평가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I사는 천식 환자들의 스마트흡입기 사용 패턴을 감지하여 약물 복용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폐렴, 약물중독, 뇌졸중 재활치료, 만성요통 환자들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2)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명 당 회피가능사망률(예방가능사망률과 치료가능사망률을 합한 값)이 인구 10만명 당 147명으로 OECD 평균 215.2명보다 낮았다고 한다. 또 국민의 기대수명이 83.5년으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기대수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2010년 30.2% 대비 늘어나는 과체중 비만 인구비율 (2020년 37.8%), OECD 1위인 자살률 등은 여전히 우리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에서 디지털기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진단, 처치, 투약 등 의료관련 제반 절차에서 AI와 그것을 품고 있는 로봇의 역할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서 환자의 이동상 물리적 불편을 해소하고 환자와 심리적으로 교감하는 데에도 첨단 기술의 역할은 중대하다. 간병로봇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누구나 호감을 갖고 다가갈 수 있는 귀엽고 친밀한 이미지의 외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평소에는 안내도 해주고 말동무도 하다가 환자를 부축하거나 이동시킬 경우 즉시 개입이 가능한 로봇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 일자리도 이러한 신산업 영역에 있음은 물론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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