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법률업무에서 이렇게 빨리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법률은)매우 정밀하고 복잡한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오픈AI가 챗GPT-4o을 발표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설립자인 샘 알트먼은 GPT-4o 개발과정에서 느낀 놀라움에 대한 질문에 여러 분야와 함께 법률 분야를 콕 집어 답변했다. 필자는 이용자 입장에서 이에 공감했는데, 실제 변호사 상담 사례를 챗GPT에 입력해보면 대체로 높은 수준의 답변을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법률조항 등에 할루시네이션(인공지능 모델이 실제 데이터나 사실과 무관하게 잘못된 정보나 가공된 내용을 생성하는 현상)이 없지 않지만, 사안의 쟁점이나 검토방향을 잡는 것은 이미 전문가의 수준 못지 않았다. 올 연말에 출시될 챗GPT-5는 현재로서는 과연 어느 수준의 답변까지 해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법률서비스에 대해 찬반논쟁은 물론 적법성 여부까지 여러 논란이 있다. 그러나 현재 생성형 AI의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법률시장의 대규모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누가 오픈AI나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법률적 질문에는 답변하지 말도록 요구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충분한 법률정보를 접할 시장에서 리걸테크 성패를 좌우할 기술적 핵심은 수행능력(액션)에 있다. 법률정보를 파악한 소비자는 최종 의사결정과 실제 업무 수행을 위해 결국 변호사를 필요로 할 것이고, 이 때 어떤 기술이 소비자에게 실제로 신속하게 변호사를 구해 줄 수 있는지가 성패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우려와는 달리 법률시장으로의 진입장벽 자체가 없어짐으로써 변호사에 대한 이러한 수요는 오히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행능력은 삼성, 애플, 구글 등 모바일 디바이스 업체들이 자사 스마트폰에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AI에이전트의 핵심은 정보 제공에서 더 나아가 임무수행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생성형 AI가 피해회복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친다면, AI에이전트는 정보에 이어 당장 상담해줄 변호사로부터 이용자에게 전화가 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리걸테크 서비스의 경우 모바일 운용체계에 탑재될 AI에이전트가 언제, 어디서든 이용자가 필요할 때 변호사를 제공해 줄 있도록 네트워크를 고도화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알법은 AI에이전트 도래와 함께 증가할 수행력 있는 변호사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현재 변호사 네트워크 내 AI 구축에 한창이다. 지금도 변호사 방문이 월평균 50만건에 육박한 덕분에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용자에게 1분 내외로 변호사 연결을 하고 있으나, 변호사 네트워크 내 AI 구축이 완성되면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인 변호사 연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정말 '몰라서 못하는' 것은 없는 만큼 누구나 디지털 세상에서는 법률전문가와 같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이야기는 다시 달라질 것이다. 개별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문제나 법률업무에 대한 물리적 수행은 여전히 변호사의 몫이다. 사람은 타인에게 기대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법률지식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변호사를 찾아내야 하고 리걸테크는 AI와 함께 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sonsh@lawir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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