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배의 AI 레볼루션] 가상인간의 시대: 디지털 페르소나와 AI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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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디지털 시대에 '가상인간(Virtual Human)'은 새 디지털 문화를 이끄는 중요한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스(CG)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만들어지는 가상인간은 인간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디지털 캐릭터를 넘어, 우리와 상호작용하고 대화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디지털 페르소나로 진화 중이다. 초기에는 광고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 주목받았다. 현재는 가수, 배우,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례를 살펴보면 가상인간이 어떻게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는지 알 수 있다. TV 뉴스 AI 앵커는 실제 앵커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뉴스를 전달한다. 아이돌그룹 플레이브, 메이브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새 K팝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홈쇼핑 루시는 쇼핑호스트로서 제품을 소개하며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한다.

미국의 릴 미켈라는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하며 브랜드와 협업으로 엄청난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AI를 활용한 가상 배우나 스턴트맨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가상인간에게 사랑을 느껴 결혼을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가상인간의 가장 큰 강점은 무한한 확장성이다. 전통적으로 콘텐츠 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게임 회사, 광고 회사는 특정 인기 연예인에게 의존해 왔다. 연예인의 스케줄, 이미지 관리, 개인적 문제 등은 언제나 변수로 작용하며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그러나 가상인간은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유연성은 물론 각국 문화와 언어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능력으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인간 성공을 위해서는 콘텐츠와 AI 기술 융합이 필수적이다. 가상인간 외형과 스토리는 주로 콘텐츠 회사가 보유한다. 이들의 행동과 감정 표현, 상호작용 능력 표현은 AI 전문 회사들이 제공한다.

가상인간이 성공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AI 기술이 핵심적이다. 우선 '소라(SORA)'와 같은 고급 영상 제작 AI는 가상인간 외형을 실제 인간처럼 정교하게 구현하고, 현실감 있는 움직임을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이미 춤추고 노래하는 가상 아이돌을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수준에 와 있다. 또 다른 한가지는, 가상인간이 단순한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넘어, 대화 상대 감정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반응을 보이는 지능적 사고와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챗GPT와 같은 고도화된 언어 모델이 필수다.

가상인간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홀로그램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실질적인 존재감을 갖는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광고, 마케팅 산업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치료에서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며, 집중력 향상과 행동 교정을 도울 수 있다. 대화나 상담 파트너로도 활용될 수 있고, 은행에서는 AI 은행원, 키오스크에서는 친절한 가이드 역할도 기대된다. 학생 학습 성향과 이해도를 분석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AI 교사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넘어서는 새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가상인간은 이제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디지털 시대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콘텐츠와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 디지털 페르소나로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약하게 될 것이다. 가상인간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 가능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을 것이다.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kb.l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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