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부터 SAF 사용 의무화를 예고하는 등 SAF 적용 로드맵을 구체화한 것이 골자다.
SAF는 폐식용유 등 동·식물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친환경 연료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정부가 SAF 확산을 기치로 내건 것은 국제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7년부터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의무화한다.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인 우리나라엔 기회이자 위기다.
고부가가치 연료인 SAF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줄곧 지켜온 항공유 시장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글로벌 SAF 시장을 선점' 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SAF 생산에 필요한 세부 지원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해외 상황을 보면 업계가 조바심을 내는 게 현실이다. 미국, 일본 등은 SAF 생산 설비 투자는 물론 생산한 제품에도 막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정유사는 당분간 기존 정제시설을 활용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통해 SAF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항공유 수요는 해외 항공기의 벙커링 물량을 포함해 연간 700만톤에 이른다. 당장은 SAF 수요를 맞출 수 있지만 전용 설비 대비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하루빨리 전용 설비가 들어서야 수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면 조속히 투자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SAF 설비 투자·생산 세액 공제 등 경쟁국이 제공하는 지원방안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