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개정안(구하라법)이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여야 합의로 통과됨에 따라 구하라법은 오는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하라법을 가결했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 등의 상속을 박탈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린다.
이후 구하라법은 헌법재판소(헌재)가 유류분 제도를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입법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떠올랐다. 헌재는 배우자·부모·자녀의 유류분을 인정한 조항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배우자를 때린 가정폭력 사범, 자녀를 버리거나 학대한 부모, 부모와 연락을 끊은 자식 등에 대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두지 않아 입법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법조계는 헌재의 판단을 두고 사실상 구하라법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초 구하라법은 21대 국회 막판 여야가 합의안까지 만들었지만 법사위원장을 가지고 있던 국민의힘이 쟁점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법사위 자체를 열지 않으면서 결국 폐기된 바 있다. 이후 22대 국회 들어 여야는 각각 구하라법을 민생 법안으로 규정하고 중점처리법안 혹은 당론으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통과된 구하라법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더해 상속인의 유류분 중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법안 시행 시기는 2026년 1월 1일로 하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2024년 4월 25일 이후 발생한 사례는 구하라법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여야는 오는 2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구하라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법사위에서 합의함에 따라 구하라법은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서영교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은 구하라법을 당론으로 결정했고 여당도 이를 중점 법안으로 하겠다고 했다”면서 “오늘 논의 과정에서 장동혁·주진우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구하라법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전에는 여야 모두 부정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여야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함께 살며 지켜준 가족을 위한 법이 구하라법”이라며 “구하라법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년 동안 정부·여당, 학자들과 논의하고 소통했다. 유족 간의 소송이 난무하지 않게 가정법원이 신청받아 조정하는 비송절차를 넣었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