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최근 오픈채팅 금융범죄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카카오가 마련한 신고 절차와 관련 일부 논란이 제기됐다.
신고 이후 경찰과 수사협조 등 과정에서 피해자가 후속증거를 수집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고, 정작 범죄자들이 법적 처분을 피해 지속 활동하는 구멍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허위 신고나 어뷰징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당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금융범죄 목적으로 운영되는 오픈채팅방 운영진을 신고하면, 신고자는 해당 방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카카오가 운영자 신고 자체를 '나가기' 기능을 통해서만 활성화되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신고자는 해당 오픈채팅방에 참여할 수도 없고 채팅방 대화목록에서도 사라진다. 신고 이후 카카오가 신고대상에게 제재를 취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방장이 아닌 다른 이용자를 신고할 때도 '차단'을 할 경우에만 신고가 가능하다. 일단 신고가 이뤄지면 취소가 되지 않고, 이후 신고 대상이 어떤 추가적 범죄를 도모하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해당 방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불법금융범죄 관련 경찰과 수사 협조 과정에서 지속적인 후속 증거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개설되고 사라지는 오픈채팅방 특성 상, 주범이 잡히지 않는 이상 방을 계속 옮겨가며 범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제보자로부터 최신 증거를 공급받아 피의자를 특정하게 되는데, 카카오에 신고를 하는 순간 신고자는 추가 증거를 수집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다양한 채팅방,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용자 신고 기능을 마련하고 있지만, 카카오처럼 신고 이후 신고자와 신고대상을 강제로 차단시키는 사례는 드물다. 이와 같은 방식이 허위 신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한 금융범죄 전문가는 “카카오 정책에 따라 운영자를 신고하는 순간 피해사실을 고소하고 싶어도 증거 수집이 불가능하고, 불법 오픈채팅방이 제재를 받아 없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며 “기술적으로 필요하지도 않고, 실제 불법리딩방이나 사기코인 피해확산 방지에는도움이 안 되는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불법리딩방 행위에 대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등 이용자 금융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