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사망한 이안 홈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로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에 등장했다. 이를 두고 '디지털 강령술'이라는 비판과 가족이 이에 동의했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달 개봉한 에이리언 시리즈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에는 1979년 개봉한 '에이리언'(국내 개봉 1987)에서 인조인간 역을 맡은 배우 이안 홈이 다시 등장했다.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식민지를 떠난 청년들이 버려진 우주 기지 로물루스에 도착한 후 에이리언의 무자비한 공격에 쫓기기 시작하면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안 홈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빌보' 역으로 많이 알려진 영국 출신 배우로 2020년 8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편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합성 인조 인간 '애쉬'를 연기한 홈은 이번 영화에 다시 등장했다. 문제는 배우가 사망 전 작품을 계약한 것도, 그가 직접 촬영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생물을 모방한 로봇 애니메트로닉스와 영국 배우 다니엘 베츠를 촬영하고 홈의 얼굴과 목소리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딥페이크 방식이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일부 팬들은 윤리적으로 문제될 수 있고, 안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는 '디지털 네크로멘시'(강령술)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제작 전 가족의 동의를 받았으며, 일련의 작업이 그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알바레즈 감독은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홈의 아내 소피 드 스템펠에게 연락해 이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생각을 물었다. 또한 생전 홈과 친분이 있던 리들리 스콧 감독(에이리언: 로물루스 제작자)에게도 물어봤다. 두 사람 모두 이 제안을 크게 반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아내는 그가 호빗 시리즈(빌보 베긴스 역) 이후 할리우드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캐릭터를 좋아했으며 그였다면 반드시 이 작품에 참여하길 바랐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알바레즈 감독은 “근시일 내에 AI가 배우를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 방식은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실제 배우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다. 너무 많은 인력과 장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에서 사망한 배우가 CGI로 재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개봉한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에서는 배우 올리버 리드가 촬영 기간 중 사망해 이후 촬영분은 CGI로 대체했으며, 2016년 개봉한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는 1994년 사망한 배우 피터 커싱이 등장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