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디스플레이 몰락의 교훈

일본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

샤프가 일본 내 마지막으로 두고 있던 대형 LCD 공장을 21일 세웠다.

샤프 LCD는 한 때 세계 최고 품질로 인정 받았다. 액정 구성 소재에서 이름을 딴 '이그조(IGZO)' 패널은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화질과 전력에서 탁월했다.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을 대표하던 샤프였지만 변화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막을 내리게 됐다. 샤프는 대형 LCD 공장을 데이터센터용으로, 중소형 LCD는 반도체 후공정 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LCD 퇴장은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대입된다. LG디스플레이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마지막 남은 대형 LCD 공장인 광저우 팹을 중국 CSOT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CD 사업은 그동안 적자가 지속돼 매각이 불가피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먼저 사업을 중단한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를 최종 매각하게 되면 한국도 더 이상 대형 LCD를 만들 지 않는, 사실상 LCD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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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사카이 LCD 공장. 〈사진 샤프〉

LCD 산업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다시 중국으로 주도권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LCD를 키운 중국이 이제 세계 1위가 됐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와 2위 CSOT의 LCD 시장 점유율은 이제 곧 50%를 넘게 된다.

전 세계 LCD 공급량을 중국이 좌지우지할 전망이며, CSOT가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을 흡수하면 광시야각(IPS) 기술도 확보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항상 변화하기 마련이나 일본과 달리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있다는 점이다. LCD보다 화질이나 무게, 형태(폼팩터) 면에서 강점이 있는 OLED를 확보하지 못 했더라면 수많은 고용을 책임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 공장과 LG디스플레이의 파주 공장을 샤프처럼 전혀 다른 용도로 전환해야 했을 것이다.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끝없는 기술개발의 중요성이다. 차별화된, 앞선 기술이 없으면 추격을 당하고 결국 쇠퇴한다는 점이다. 일본 디스플레이의 전철을 한국이 밟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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