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185〉선도적 R&D 평가제도로 국가 R&D 변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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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성과평가전문위원장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세계 6위 수준으로 성장하며 양적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이 R&D 시스템의 질적 도약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여전히 과거의 추격형 연구에 머물러 있어,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는 혁신적 연구는 위축되고, 연구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우려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과학기술계가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주역이며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추격자의 역할을 넘어,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역할과 '끝없는 프런티어'를 찾아내기 위한 도전이 진행 중이다.

물론 이것을 단순한 예산 증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미래 생존 전략으로 기존의 추격형 R&D에서 선도형 R&D로의 체질 전환을 위해 R&D 예산 구조 개혁과 함께 시스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R&D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R&D 평가 제도의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R&D 평가제도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평가로, 상위 프로젝트나 연구사업의 성과를 평가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둘째, 개별 과제에 대한 평가로, 평가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기관의 운영 능력, 연구 환경, 인재 양성 등 종합적인 측면을 평가하는 기관 평가다. 이 세 가지 평가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만 R&D 투자의 실질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더불어 R&D사업의 착수 단계부터 수행 단계까지 체계적인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각 부처간 명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며, R&D 성과 평가 결과를 예산 편성과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과정 또한 필수적이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해서는 자율적 책임경영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1월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고려할 때, 현재 시행 중인 3년 주기의 기관 운영 평가와 6년 주기의 연구 사업 평가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기존 평가 방식은 기관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변화하는 연구 환경과 과학기술 발전 속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선도형 R&D로의 전환을 위해 R&D 평가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처가 자율적으로 성과부진 사업을 구조조정해 R&D 사업평가의 온정주의를 없애도록 하고, 특정 평가를 목적에 따라 다양화하여 기능을 재고하며, 연구 과제 평가의 전문성·투명성·책임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 출연연 기관 평가 개편을 포함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추격자의 역할을 넘어, 우리만의 길을 개척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R&D 평가 제도의 변화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평가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연구자들이 더욱 도전적인 연구에 나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겠다. 또, 성과가 부진한 연구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한정된 연구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R&D 평가 제도 개선은 대한민국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연구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과학기술혁신에 기반한 글로벌 선도'를 우리 모두의 역할과 책임(R&R)으로 삼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과 혁신의 과제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성과평가전문위원장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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