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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일지
최대 규모 환불에…입장 평행선
PG·카드사, 전상법 이행 앞세워
“플랫폼 통해 계약…여행사 책임”
할부냐 일시불이냐 양측 갈등도
여행사 “정산 못 받아, 여력 없어”
계약이행 책임만 떠안아 하소연

티메프 사태 중 가장 피해가 큰 여행상품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됐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 조정 접수는 9028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됐지만 1000억원대 정산이 얽혀 있는 PG·카드·여행업계가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에 이해관계가 첨예해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환불 책임 여행사에 있어”...PG·카드 책임 분담 줄이기 안간힘

PG와 카드사는 기본적으로 판매 이후 여행이 확정되면서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해 여행사에 환불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 간 계약이 이미 확정됐기 때문에 여행사가 전자상거래법상 서비스 이행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PG사와 카드사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발생한 결제는 플랫폼과 소비자간 계약이 확정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여행사가 전자상거래법상 서비스 이행 의무 책임이 있어 환불 책임도 감당해야한다는 취지다.

티메프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한 것이 여행사 서비스 의무 이행 거부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PG 주장 핵심이다. 이미 플랫폼을 통해 체결이 완료된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 당사자(여행사)가 이를 감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PG업계 관계자는 “PG사들은 이미 티몬과 위메프에 모든 정산자금을 지급했음에도 손실 가능성을 감내하며 결제 취소에 협조 중”이라며 “여행업계가 미정산이라는 소비자와의 계약 관계 외적 요인으로 서비스 의무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재결제를 유도하는 정황이 포착되며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PG업계에 따르면 일부 여행사들이 티메프 사태 이후 기존 결제 취소 및 환불 신청 후 자사몰에서 재결제를 진행하도록 유도했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PG업계로 고의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PG업계 한 관계자는 “재결제 유도는 여행업계 부당 행위이며 전자상거래법 상 서비스 이행 의무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구매한 건은 여행사와 소비자가 직접 계약 당사자임에도 손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 이행을 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PG업계 관계자는 “PG업계가 소비자 보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카드결제 취소를 협조하고 있는데도 여행사들은 결제 취소에 편승해 손해를 전가하려 한다”라며 “이는 명백한 부당행위로 소비자와 다른 관계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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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자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카드 vs PG… 피해고객 결제취소 권한 두고 평행선

여행업계에서 보기에 '같은 편'인 카드사와 PG사도 입장차도 크다. 카드업계는 PG사와 함께 책임을 부담하란 취지에 동감하지만 이를 최소화 해야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 중이다. PG사에 결제 수수료를 지불하고 가맹점과 직접 계약을 위탁한 만큼 PG보다 높은 수준 책임을 지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결제가 이뤄진 방식이 할부냐, 일시불이냐 따라 책임 소재가 갈린다는 주장이 여신업계에서 나온다.

고객이 만약 티메프에서 할부결제를 했다면 신용카드사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결제건을 살펴 고객에게 할부계약을 철회하거나 잔여할부금에 대한 납부를 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용카드사는 철회한 계약에 대해 고객이 지불한 대금을 돌려주고, 대표가맹점인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일시불 결제에 대해서는 PG사가 결정권을 갖는다. PG사가 고객에게 결제 이의제기를 받아 결제취소를 했다면, 이후 신용카드사에 넘겨줄 대금에서 해당 금액만큼 상계처리를 하게 된다. 즉, 매출취소에 대한 권한이 신용카드사에게는 없다.

양 측 갈등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할부계약에 대한 부분인데, PG업계는 신용카드사가 고객 요청에 따라 할부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PG사와 협의 없는 '직권취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용카드사는 고객 할부계약 취소가 법에 명시된 권한인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해 이에 대한 창구를 열어둔 것을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일시불 거래의 경우 카드사는 PG사와 협의 없는 직권취소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할부거래는 신용공여자인 카드사가 고객 사안을 살펴 결제취소나 금전적 보상 절차를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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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티몬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렸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여행업계 “티메프로부터 정산 못 받아”...고통분담 가능성 점점 커져

여행사는 여행 상품 판매를 한 것은 맞지만 티메프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해 환불할 금액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판매대금을 전혀 수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행계약 이행 책임만 떠안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로 국내 여행업계가 떠안은 미정산금액 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협회에 따르면 주요 여행사들은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미 6~7월 출발 여행계약건에 대해 계약이행 책임을 마쳤다. 6~7월 미정산에 따른 피해액은 27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한국여행업협회 는 “여행상품 취소 및 환불을 여행사가 떠안을 경우 대금 미정산에 따른 피해와 취소·환불 피해 및 추가적으로 계약불이행 분쟁도 떠안아야 한다”면서 “여행사에서 피해액 규모가 커지는 사항을 알면서도 계약이행 강행 또는 취소환불 책임부담을 하는 사항은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은 산업 타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PG나 여행업계보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탄탄한 큰 카드사를 상대로 고통분담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은 8일 “수식에 비례해서 책임도 공동으로 나누는 것이 상식”이라며 “(티메프 사태에 대한 고통분담에) 카드사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를 중심으로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영세 PG사들이 자금 회수할 때까지 버틸 기반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다만, 금융위원회는“티몬·위메프 소비자 환불을 위한 카드사 상생기금 조성 등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며 “소비자 환불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 분담방안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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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계장관회의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