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단계를 줄이기 위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TEL)이 맞붙었다. EUV 노광 공정은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데 필수지만, 공정 횟수가 늘수록 비용이 급증한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을 주도하는 두 회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신규 장비를 개발,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TEL은 최근 미세 회로 패턴을 수정하는 반도체 장비 '아크레비아'를 출시,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TEL 독자 기술인 '가스 클러스터 빔(GCB) 시스템'을 적용한 이 장비는 높은 에너지 빔을 조사, 미세 회로 치수와 모양을 조정한다. TEL 관계자는 “로직 및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고객과 함께 장비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공급 임박 사실을 시사했다.
신규 장비는 EUV 공정 단계를 줄이는 게 핵심 목적이다. EUV 공정은 수나노미터(㎚) 수준의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지만 빛을 쏘는 노광 과정 때 마다 상당한 비용이 든다. 특히 3㎚ 정도의 초미세 회로를 그리려면 두 차례 이상 빛을 조사하는 '멀티 패터닝' 공정이 필요한데, 이 경우 생산 비용이 급격히 늘어난다. 회로를 미리 그려놓는 노광 공정 핵심 부품 '포토마스크'를 교체해야하기 때문이다. EUV 포토마스크는 한장에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EL 아크레비아는 기존에 새겨진 회로를 수정해 EUV 노광 횟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러 차례 노광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공정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TEL 측은 “거친 회로 패턴 측면을 보완하고 확률적 노광 결함을 줄여 반도체 수율도 개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TEL은 어플라이드와의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어플라이드는 지난해 이온 빔을 이용해 회로를 늘리거나 제거하면서 수정하는 '센튜라 스컬프타'를 세계 최초 개발했다. 이 역시 EUV 노광 공정 단계를 단축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어플라이드는 이를 통해 웨이퍼 한장 당 50달러 이상 생산 비용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TSMC와 인텔이 EUV 라인에 해당 장비를 도입했고, 삼성전자도 4㎚ 공정에서 성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는 센튜라 스컬프타 출시 1년만에 2억달러(약 2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빠르게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어플라이드는 EUV 공정 단축 장비로 향후 몇년 동안 매년 약 5억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비용 절감과 수율 개선을 위해 반도체 제조사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TEL의 참전으로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세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 EUV 공정이 확산되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회로를 직접 수정하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