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8일 “연구개발(R&D) 예산 집행의 비효율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속도감 있는 과제 추진을 위해 R&D 집행 절차 개선을 시사했다. R&D 시스템 개편 필요성은 강조하면서 예산 삭감으로 촉발된 과학기술계와 갈등은 소통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과 관련해선 단통법 폐지 입장을 밝혔다. 유 후보자는 “단통법은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됐지만 수명을 다했다”면서 “폐지 이후 선택약정 할인율 등 혜택은 다른 법 안에서 수용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3대 게임체인저인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첨단바이오, 양자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강력 추진하겠다”면서 “국가 R&D 시스템을 혁신해 선도형 R&D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청문회는 R&D 예산 삭감 질의와 자녀 위장편입 의혹에 대한 집중적 검증이 이뤄졌지만 비교적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야당이 서울대 재료공학부 카르텔과 통신 사찰을 두고 공세를 펼쳤지만 여야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쟁점은 R&D 예산 삭감이었다. R&D 이권 카르텔에 대해 묻는 이정헌 민주당 의원 질의에 유 후보자는 “구체적 실체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또 R&D 예산 삭감이 부작용을 불러온 것 아니냐는 조인철 의원 지적에는 “비효율 제거는 새 정부가 들어와 당연히 해야 되는 부분인데 소통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R&D 예산 삭감시 불거진 일명 '나눠먹기' 논란에 대해선 정부의 소통 부족으로 과학계 오해가 생겼다고 밝혔다. R&D 예산 비효율 문제 개선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등 관련 제도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자는 “R&D 예산 편성은 선진국과 경쟁을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AI와 첨단바이오 등 시급성을 요구하는 사업은 기존 예타 형식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R&D 예산은 개인적으로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예산 추가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공계 인재유출 방지를 위한 한국형 스타이펜드(연구생활장학금) 확대 필요성에 대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교육부와 상의해 가장 적절한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AI 정책 방향성을 묻는 질의에는 민간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진흥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는 과기정통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야당은 유 후보자 자녀 위장전입 의혹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장남·차남의 강남 8학군 진학 관련 이훈기 민주당 의원의 위장전입 지적에 유 후보자는 “송구하다”면서 “해외생활을 하다 한국에 들어와 적응에 어려움이 있어 전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현 정권에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들이 요직에 임명되고 있다는 서울대 카르텔 의혹에 대해서는 “우연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최근 늘어난 검찰의 통신사찰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 발언하기 적합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유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여야 대치 국면에도 비교적 잡음 없이 무난하게 진행됐다. 늦어도 다음주 내에 적합 의견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면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