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가운데 정부가 관리하는 청사 일부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가 관리하는 서울·과천 청사 내에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진압용 소화기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행안부는 경남청사와 충남청사 등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화재 진압용 소화기를 배치하지 않았다. 대전청사는 충전기가 69개에 달했지만 소화기는 단 한 개에 불과했다.
전국적인 대비 태세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는 전국 13개 정부청사 내 위치한 총 515기의 전기차 충전기에 52개의 전기차 배터리 화재 진압용 소화기를 배치했다. 소화기 숫자가 전기차 충전기의 약 10% 수준인 셈이다.
전기차 화재는 최근 큰 피해를 낳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해 주민 약 300여명이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화재로 인해 주차장 내부 온도가 1500도까지 치솟았고 결국 전기 설비와 수도 배관 등이 녹았다.
행안부는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관련 시설·장비를 추가 구매 중이라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022년부터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 사업을 하고 있으며, 민간 업체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청사에 대해서는 질식소화포와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 장치를 배치했다”면서 “서울과 과천 등은 작년 사업에 없었고 청사 자체에서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해 질식소화포 등의 대응 장비를 별도로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화재 유형에 맞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 의원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충전 인프라도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안전 대책은 미흡한 실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기차 충전소에 특화된 소화 시스템 구축과 안전 교육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비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질식소화포로는 겉에 보이는 불꽃이나 화염을 끌 수가 없다”면서 “전기차가 특별하게 일반 차량보다 화재 위험이 더 큰 것은 아니니 지속성을 위해 종합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교수도 “질식소화포는 효과가 작다”라며 “지하주차장에는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만들고 방화구획을 하는 등 화재 확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 측은 추가 해명을 통해 “일부 청사(경남·충남)에서는 (화재진압용 소화기를) 하반기에 추가 구매 예정”이라며 “과천청사는 5개를 구매 완료했고 서울청사와 대전청사는 각각 4개와 3개의 소화기를 구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