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기름이 한방울도 나지 않지만 석유제품 수출량이 많아 마치 산유국 같은 나라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량은 2억4530만 배럴로, 2018년 상반기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액은 237억 6224만 달러로, 국가 주요 수출품목 수출액으로 비교했을 때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산유국도 아닌 나라에서 많은 석유제품을 수출하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정유사의 생산능력과 시장 다변화 노력에 기인한 것이다.
아직 이른 이야기일 수 있으나 올해 최다 수출국 경신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석유제품 최대 수출국 기록은 2020년 기준 '71개국'이다. 중국, 인도 등의 석유제품 수출 물량 증가로 인한 정제마진 악화, 글로벌 경기 둔화, 전기차 전환 등으로 수출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는 아니다.
에너지 및 석유제품 수급은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급작스럽게 에너지, 석유제품 수급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적지않게 발생한다.
국내 정유업계는 급작스러운 상황도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내수를 크게 상회하는 수출물량을 생산하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어 언제, 어느 나라든 수출할 수 있다. 일례로 정유공장 통폐합으로 정제능력과 연료 생산 능력이 급격히 감소한 일본이 휘발유 수급 차질 및 항공유 부족 사태를 겪자 국내 정유업계가 신속하게 수출을 확대한 바 있다.
다만 주력 수출품인 항공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숙제다.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국내 정유업계의 SAF 생산시설은 경쟁국에 비해 미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한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 전략 수립을 통해 SAF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낸다면 최다 수출국 기록 경신 기대감은 현실화가 될 것이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