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하 단행으로 인한 변동성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화정책 전환으로 인한 일시적 변동폭 확대 가능성이 클 수 있어서다. 반면 산업계에선 금리 인하가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미국 내 경기부양에 따른 수요 증가로 우리 수출기업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1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한 것과 관련해 “높은 경계심을 갖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대내외 상황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최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최 부총리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 금리인하 결정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새벽 글로벌 금융시장은 '빅컷' 기대감이 일부 선반영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8월 초 미국발 글로벌 증시 급락에서 보듯이,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고,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데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 변동성 감지시 즉각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고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안정 조처들이 신속 시행되도록 대응체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산업계에선 미국 금리 인하에 따라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자동차나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력 수출 시장에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하로 소비, 투자가 활성화 될 수 있고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양의 상관관계가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자율이 줄어든만큼 미국 내 소비재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판매가 늘면 핵심 부품인 배터리나 소재 등 가치사슬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미국 경기 자체에 플러스(+) 요인인 것 맞다”면서 “내구 소비재나 기계 등 업종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수요 증진 효과가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기업에 이익 감소 등 부정적 요인을 앞선다는 분석도 있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환율 측면에선 우리 수출기업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볼 수 있지만 인상 기조를 보이는 일본 등 수출경쟁국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본다”면서 “수요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이 더욱 커 미국 금리 인하 영향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아직 금리 인하에 따른 긍정적 전망을 내놓긴 이르단 시각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금리, 환율은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지만 현재 수요 위축으로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로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한 위축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조선과 철강 업계서도 즉각적인 실적 회복이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업계의 경우 원가 부담은 낮아지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요 산업이 활성화되면 철강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지만 저가 공세에 따라 실적 회복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