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과업 갈등 심화…대법원, 분쟁위 조정안도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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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컨소시엄에 추가지급 거부
강제성 없어 결렬…소송 전망
“분쟁조정 제도 실효성 확보를”

대법원이 차세대 시스템 개발 사업에서 사업자에게 추가 대가를 지급하라는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불복, 소송 등 추가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LG CNS 컨소시엄)에 따르면, 대법원은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에 조정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본지 2024년 6월 21일자 2면 참조>

지난달 조정위는 대법원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사업에서 과업변경에 따른 계약금 조정에 대해 “대법원이 추가 과업에 대한 계약금액 일부를 사업자에 지급하라”는 심의결과를 대법원과 컨소시엄에 전달했다.

대법원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사업은 노후화된 법원 재판사무·전자소송 시스템을 개편하는 사업이다. LG CNS 컨소시엄이 2020년 계약을 체결, 올해 하반기 개통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초 사업 계획과 달리 과업이 추가돼 개통 시기가 미뤄졌다. 이에 따른 추가 대가를 지급해달라는 게 LG CNS 컨소시엄 주장이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과업심의위원회(과심위)에 이어 지난달 조정위까지 분쟁 사안이 회부됐다.

조정위 주문은 법적 효력에 준하는 효과를 가진다. 주문대로면 대법원은 추가 금액을 LG CNS 컨소시엄에 지급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정문은 무효가 됐다. 조정위 주문은 강제성이 없어 한 쪽이 이를 거부하면 결렬 통보로 끝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과정에서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의를 제기할 경우 계약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이의를 제기하는 취지와 사유 등이 포함된 서면을 제출해야한다. 대법원은 이 같은 서류 없이 '조정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짧은 답변만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심위와 조정위는 양측간 분쟁이 소송까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장치다. 그럼에도 정부 부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발주자와 사업자간 분쟁을 최소화하고 공정한 공공 SW사업 환경 조성을 위해 제도가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과심위에 이어 조정위까지 1년반 동안 법무법인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었다”면서 “조정위 판결까지 거부하는 상황을 마주하니 처음부터 소송으로 가는 편이 리소스 낭비를 줄였을 것이라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은 조정위의 합리적 결정사항을 무력화했을 뿐만 아니라 차세대 시스템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경영환경을 최악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과심위나 조정위에 강제권을 부여하는 등 제도 실효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