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리튬 건전지 화재의 교훈과 한국의 대응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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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영 솔라라이트 대표. 사진=솔라라이트

최근 리튬 건전지 화재와 관련된 비극적인 사건은 산업계와 정치계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인명 손실은 화학물질 기반 에너지저장장치 기술과 관련된 잠재적인 위험요소 관리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상기시킨다. 그러나 문제 해결에 앞서 균형 잡힌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유형의 전지와 각 전지의 기본적인 작동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 없이 모든 리튬기반 에너지저장장치가 위험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치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리튬 일차전지와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원인인 리튬 일차전지는 일회용으로 설계 및 제작된 배터리이며, 충전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 즉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3~5배 정도 높다. 리튬 일차전지는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충전된 상태로 판매되므로, 보관 및 운송 시에도 고밀도 에너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관리가 소홀할 경우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가전제품이나 전기차에 흔히 사용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리튬이온 상태로 충방전이 되기 때문에 100% 충전된 상태에서도 리튬 일차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3~5배정도 낮다. 보관 및 운송 중에는 30-50% 정도로 일부만 충전되어 에너지 밀도를 크게 낮춘 채 관리가 되기 때문에 연쇄적인 배터리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또한 리튬이온 이차전지에는 과충전, 과열, 합선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교한 보호회로가 탑재되어 있어 리튬 일차전지에 비해 안정적이다. 즉,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초기의 낮은 에너지 밀도와 내장된 안전장치로 일반적인 항공 운송이 가능할 정도로 안전하다.

물론,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화재 위험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튬 이차전지 화재의 경우,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는 일반적으로 완전히 충전됐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리튬 전지가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외부 충격을 받거나 불안정해지면, 지속적인 산화반응이 발생한다. 이 산화반응이 곧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리튬이온배터리의 보관 및 관리 시에는 산화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내부 에너지를 안정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안정화 과정이란 방전을 포함한 전처리 공정을 말한다. 전처리 공정을 통해 연쇄적인 산화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에너지 수준까지 방전한 후에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관리한다면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화재의 원인을 리튬기반 전지 자체로 간주하기보다는 완충된 고밀도 에너지 상태인 전지의 보관 및 관리에 대한 취급과 관행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완충된 고밀도 전지에 대한 적절한 관리 프로토콜과 안전 조치가 있다면 이러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 생산의 글로벌 리더인 한국이 기로에 서 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생산자인 삼성, LG, SK 등의 대기업과 에코프로, LNF 등의 소재기업, 또한 재활용배터리의 방전과 같은 이차전지전처리 기술을 가지고 있는 솔라라이트 등의 전처리 기업이 한국에 있다. 언론과 정책 입안자들은 선정주의와 부당한 공포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 지나친 규제로 기술의 혁신과 경제적 효율성이 저하된다면 궁극적으로 경쟁국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리튬 전지의 유형과 각각의 안전 프로필을 구별하는 사실 기반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식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필자에게 리튬이온 이차전지 안전성 분야에 대한민국의 경험과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기에 이러한 실패의 노하우를 상용기술로 끌어내 세계 이차전지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책 입안자들의 충분한 이해 없이 불필요한 규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사건은 리튬 전지의 잠재적 위험을 실감하게 하는 큰 사건임에는 틀림없지만, 리튬기반 이차전지를 향한 전면적인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고에너지밀도 전지 관리 관행을 강화하고 안전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유사한 사건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첨단 이차전지 기술 개발을 선도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리튬 이차전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솔라라이트 대표 김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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