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슈 데모데이]AI부터 반도체까지…혁신 기술 무장 韓진단기기 기업 발굴 나선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글로벌 의료용 진단기기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인 K스타트업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혁신 진단기술을 활용해 환자·의료진 편의성은 물론 정확도와 검사 시간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기술력을 뽐냈다. 인공지능(AI) 치매 솔루션을 소개한 세븐포인트원은 서울시, 글로벌 진단기업 로슈진단이 선정하는 지원 대상 기업으로 뽑혀 글로벌 도약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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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로슈진단 스타트업 스프린트 데모데이에서 우승한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오른쪽)와 김현우 서울바이오허브 센터장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서울시-로슈, 혁신 진단기술 발굴 맞손

11일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에선 '2024 서울-로슈진단 스타트업 스프린트 데모데이'가 열렸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서울시와 한국로슈진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가 주최하고 서울바이오허브가 주관한다. 전자신문,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가 진단 분야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로슈진단과 협업해 마련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진단기술 트렌드를 짚어보고 관련 분야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 로슈진단과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경도 인지장애·알츠하이머 디지털 바이오마커 △혈액검사 기반 알고리즘 △홈스크리닝 생태계-당뇨병 및 종양학 등 세 영역에서 서류심사를 통과한 6개 기업은 이날 기업 발표를 진행해 주요 기술력과 사업모델 등 경쟁력을 뽐냈다.

세븐포인트원은 기술성, 사업능력, 글로벌 역량, 프로그램 적합성 등을 근거로 우승 기업으로 선정됐다. 선정 기업은 서울바이오허브로부터 연구지원금 3000만원, 2년간 입주기회, 글로벌 진출사업 등 운영 프로그램 우선지원 혜택이 있다. 로슈진단으로부터는 전문가 파트너링과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받는다.

다양한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진단'에 특화돼 스타트업을 발굴하려는 것은 시장 수요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이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경우 시장 규모가 2021년 992억2000만달러(약 136조7648억원)에서 2026년 1383억달러(약 190조6327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체 헬스케어 시장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영역이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중 우리 기업들은 신속 진단키트를 세계 전역에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술이 연구실에만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서울바이오허브와 한국로슈진단이 손잡고 적극적인 사업화를 지원하려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기도 하다.

킷 탕 한국로슈진단 대표는 “오늘 선정된 스타트업은 로슈로투버 발전과정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며 “한국기업이 체외진단 시장에서 보다 활발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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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로슈진단 스타트업 스프린트 데모데이가 11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열렸다. 심사위원들이 참여 업체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진단도 '디지털전환'이 화두...韓, 경쟁력 충분

전문가들은 글로벌 진단기기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뿐 아니라 AI 기술력을 진단영역에 적용, 기술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업별 발표에 앞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도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체외진단' 영역에서도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희재 삼성서울병원 센터장은 “AI를 활용해 혈구 이미지를 자동 분석하는 것이 상용화됐고, 균정별 3D 이미지를 딥러닝으로 분석하는 것도 향후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진단 영역에서 AI는 가장 의미 있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번 데모데이에 참가한 세븐포인트원, 메디컬에이아이, 에이비스 등은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으며, 스몰머신즈와 팔로젠 등은 반도체 공정에 적용한 센싱 기술을 자사 제품에 녹였다.

김현우 서울바이오허브 사업단장은 “AI와 반도체 밑바탕이 되는 전자기기 영역은 우리나라가 성장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부분”이라며 “이제 진단기기 영역에서도 이런 기술 접목이 시작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기술혁신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진출까지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