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패권 경쟁과 자국 플랫폼 우선주의 확산 속에 플랫폼 산업이 전환기를 맞았다. 국내 플랫폼 산업을 '경제안보' 관점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산업계는 빅테크의 생성형 AI 공습으로 변곡점에 놓여있다. 여기에 주요국들이 자국 플랫폼 보호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육성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플랫폼법정책학회장)는 “세계적인 흐름을 봤을 때, 지금은 (국내외 플랫폼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라면서 “특히나 네이버를 필두로 하는 포털이나 검색에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은 생존 자체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MS, 오픈AI는 AI 기술 개발을 위해 각각 1000억달러(약 137조원)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나라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가 5년 동안 AI 기술 개발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100배가 넘는 돈을 투입하는 셈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 MS 등 검색엔진 강자들이 생성형 AI와 결합해 검색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네이버, 카카오도 AI와 결합한 새 검색모델로 확장하지 않으면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I 패권 경쟁에서 국내 플랫폼 업체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연구개발과 데이터센터의 등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국내외 플랫폼 규제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이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시장법(DMA)을 비롯해 미국의 틱톡 강제 매각 법안, 일본의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까지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고 해외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플랫폼 생태계를 다시 옥죄려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제 플랫폼을 경제안보나 산업진흥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육성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을 소비자 후생, 갑을관계 관점에서만 보면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플랫폼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반도체, 이차전지 등과 같이 '경제안보' 측면에서 바라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봉의 교수도 “어느 나라든지 지금 플랫폼에 관해서는 오로지 '경쟁정책' 만으로 접근하지 않고 '산업 정책'을 상당히 많이 가미하고 있다”면서 “자국 플랫폼이 일정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