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지만 연구 역량을 키워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실현하겠습니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은 전공의 집단이탈이 지속되며 환자 불편과 경영난까지 심화되지만 연구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1월 연구 비전선포식을 열고, '연구중심 의료 혁신 선도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병원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선 진료뿐 아니라 연구중심 기관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송 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
송 원장은 “연구가 진료, 교육의 밑바탕인 상황에서 지난 40년 동안 진료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연구를 중심으로 또 다른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현재 전공의 이탈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연구 중심으로 병원 체질을 바꾸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송 원장이 연구 중심 병원으로 전환을 선언한 것은 갈수록 진료만으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저수가 체제에서 진료 수익만으론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한 만큼 연구 역량을 키워 전반적인 진료 수준 고도화와 함께 사업화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주요 연구 영역으로는 암, 면역, 유전체, 의료기기, 인공지능(AI) 등 5개를 설정했다.
병원 교수 업무가 진료에 집중된 상황에서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송 원장은 병원 연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 인력, 공간, 시설, 지원 시스템 등 5개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전공의 집단이탈로 더더욱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5개 요소를 갖추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원장은 “현재 연구에만 집중하는 과학자 5명을 확보한 상태”라며 “이들을 중심으로 외부에서 연구비를 유치하면 추가로 진료·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전담 조직 구성과 제2의생명연구센터를 건립해 공간, 시설, 지원시스템까지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 원장은 연구 기반 사업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병원 내 연구전담기구 설립과 외부 벤처캐피털, 기업 등과도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세계 3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아스라일 와이즈만 연구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화 기반을 구축했다.
그는 “내부 사업화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VC와 협약을 맺어 펀드 구성, 기술이전 등에 나설 계획”이라며 “VC는 병원과 협업해 경쟁력 있는 기업에 투자해 목표수익률 이상 거둘 경우 연구기금 형태로 병원에 기부하고, 우리는 다시 병원 시설이나 추가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조성이다. 그동안 국가와 지자체가 주도해 만든 클러스터가 아닌 병원 단위에서 기업, 연구기관과 협업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진료는 물론 기초연구, 중개임상, 사업화가 병원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압축된 클러스터'를 만들 겠다”면서 “기초연구는 대학이, 중개연구와 사업화는 각각 병원과 VC, 기업 등이 전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진단, 의료기기 기업, VC 등과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국내 최고 수준 교육, 연구 역량을 가진 연세의료원 인프라까지 활용해 병원 중심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