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의약품 생산도 원가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약가 규제로 가격 인상이 어려운 저가의약품과 내복제(먹는 약)를 중심으로 원가 상승분을 흡수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제약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은 최근 플라스틱 포장재(알약 개별 포장재·약병·약통, 시럽용 용기, 바이알 캡·마개, 스포이드·펌프 등) 업체들로부터 최소 30~50% 수준의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반영 단가가 아닌 협의 과정에서 제시된 인상안이지만, 업계에서는 비용 부담 현실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약사에 포장재를 공급하는 업체 수가 제한적인 구조로 업계의 가격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제·캡슐·시럽 등 내복제는 포장 구조상 플라스틱 사용 비중이 높아 원가 상승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 약가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포장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관련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국내 대형 제약사에 따르면 플라스틱 포장재 주요 원료 중 하나인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실구매가는 올해 2월 톤당 200만원 수준에서 최근 390만원까지 상승하며 단기간에 약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중견 제약사 역시 이달 들어 관련 원료 값이 최소 15%에서 30%까지 상승했다고 밝히는 등 중견·대형사를 가리지 않고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비용 압박은 생산 전략 변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제약사는 동일 포장재를 사용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품목 중심으로 생산·포장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저가의약품 공급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저가의약품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포장재 비용 상승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석유화학 원료 가격 변동이 포장재 단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전쟁 상황이 완화되더라도 공급망과 가격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약 업계 한 전문가는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포장재 가격 정상화까지 최소 5~6개월 걸릴 것”이라며 “수급불안정과 가격정상화까지 상당 시간 소요될 전망이며, 일부 기업에서는 이에 대처해 생산 우선 순위 변경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