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 회장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이 나오는 1심 판결이 완전히 뒤집힌 결과다. 최 회장 측이 상고 의사를 밝힌 가운데 개인사 리스크가 경영활동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따른다.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항소심 재판부는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고 최 회장의 모든 재산을 분할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향후 대법원판결이 남은 것을 고려하면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날 판결로 SK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재산분할금 마련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재산분할 액수를 현금 지급하라고 해 최 회장의 지분을 쪼개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피했지만 재산분할액 마련 등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플랜B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외에도 SK케미칼(6만7천971주), SK디스커버리(2만1천816주), SK텔레콤(303주), SK스퀘어(196주)도 보유하고 있는데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는 등의 방안까지 거론된다.
이번 판결은 최 회장의 경영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SK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공고했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놓인 탓이다.
당장 최 회장 측이 상고 의사를 밝힌 상황으로 이혼 소송 공방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날 최 회장 변호인단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면서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노 관장의 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는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으로 산 주식이 확대·유지됐다는 상대방 주장에 증거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평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