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LPKF가 반도체 유리기판 공략을 위해 '파운드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위탁생산을 의미하는 파운드리는 보통 반도체 업계에서 많이 쓰인다. LPKF는 차세대 기판으로 급부상한 유리기판 핵심 공정을 맡는 자체 파운드리로, 시장을 초기에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클라우드 피들러 LPKF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을 찾아 “반도체 유리기판 핵심 공정인 글래스관통전극(TGV) 전 과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 서비스로 고객이 필요한 초기 양산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1976년에 설립된 LPKF는 레이저 가공 장비가 주력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인쇄회로기판(PCB), 태양전지·정보기술(IT)기기·전장 등 다양한 산업에서 LPFK 장비로 첨단 부품들이 제조된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플라스틱 기판 소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리기판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LPFK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미세한 구멍(홀)을 통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TGV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통 레이저로 구멍의 홈을 만들고, 화학 물질로 깎아내는 식각 공정으로 완성한다. LPKF는 구멍의 틀을 잡는 레이저 가공 장비를 개발·공급하는 동시에 식각 공정도 제공해 차별화할 계획이다.
피들러 CEO는 “독일에서 이뤄지는 파운드리 서비스는 레이저 가공 뿐 아니라 후속으로 따라오는 식각 공정도 제공해 고객사에 유리기판 시제품(샘플)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을 비롯한 SKC(앱솔릭스)·삼성전기 등이 유리기판 사업을 추진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제품 성능과 수율을 확보하려면 여러 차례의 샘플 개발과 공정 준비가 필요하다. 시제품 양산(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이유다. 이 때 LPKF 파운드리를 활용하면 파일럿 라인 조성 전에 TGV 공정 시제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일종의 미니 팹으로, 레이저에 더해 식각 공정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피들러 CEO는 시장 성장으로 수요가 증가한다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한층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조인트벤처) 형태로 고객사에 최적화된 파운드리도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같은 사업 모델은 향후 레이저 장비 판매에도 긍정적이다. 고객사가 반도체 유리기판을 대량 양산할 경우, 최적화된 LPKF 레이저 장비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방한도 고객사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이 확대되고 고객사 요구가 있다면 현지 연구개발(R&D)이나 레이저 장비 생산 거점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들러 CEO는 올해가 반도체 유리기판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수익화 첫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객사의 파일럿 라인을 조성하면서 소부장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LPKF도 레이저 가공 장비의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피들러 CEO가 직접 고객사와 만나며 장비 공급을 타진 중이다.
피들러 CEO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샘플 요청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장비를 구매하겠다는 고객사 요청이 많다”며 “올해 파일럿 라인 공급에 이어 빠르면 2025년 늦어도 2027~8년 고객사 대량 양산 전환으로 레이저 장비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