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예상돼서다. 산업 경쟁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산학연이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부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제주대에서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 연사로 나서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한국은 오래된 팹이 많아 중국, 대만보다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많고 새로운 공장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서는 사불화탄소(CF₄), 플루오로포름(CHF₃), 삼불화질소(NF₃) 등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F-가스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약 250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GWP 150 미만의 대체가스 개발 등을 국책과제로 진행 중에 있다.
남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생산비중이 큰 나라이고 생산능력도 계속 늘고 있다”며 “지난 2021년 기준 탄소배출량 세계 8위 국가인데, 현재 세계 탄소정책 방향은 탄소저감이 아닌 탄소중립(Net Zero)으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GWP가 낮은 식각·세정용 대체 가스를 개발하고 동시에 생산 최적화를 통해 사용량을 줄이며, 저감장치(스크러버) 효율 향상을 통해 대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국제연합(UN)기후변화협약에 근거해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인 4억3660만톤CO₂를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은 급격히 늘어날 예정이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만 삼성전자가 300조원,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2026년까지 8.6세대 올레드(OLED) 생산능력 확보에 4조1000억원을 투자 중이다.
고객사 대응 측면에서도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에도 100% 재생에너지 사용(RE100)과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은 2030년까지 공급망 전반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력망을 통한 공급뿐 아니라 잉여 재생에너지를 그린수소로 만들어 저장·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호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은 “제주도는 2035년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에너지 자립을 실현, 내륙에도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목표”라며 “제주도 사업 성과에 따라 전국으로 기술이 확대되고, 산업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