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하늘길이 열리고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입국이 늘어나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다. 5월 성수기 대목이 시작된 만큼 브랜드 리뉴얼, 프로모션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집객에 총력을 쏟고 있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여행사를 통해 입국한 유커 수는 5만7644명이다. 2만2927명을 기록한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3월에는 방한 유커가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방한 단체 관광을 6년 5개월 만에 허용한 것으로 감안하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치일 것으로 분석된다.
방한 유커 수는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1~2만명 대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유커 입국 확대는 항공 노선 정상화로 접근성이 좋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항공사들이 수송한 한·중 여객 수는 28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늘었다. 추이를 고려했을 때 상반기 방한 유커 수가 월 평균 10만명 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월 평균 50만명을 상회하던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다만 업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면세업계에 객단가 높은 유커 방한이 늘어나는 점은 고무적인 상황이다. 항공 노선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고 더 많은 단체 관광 상품이 개발되면 유커 성장세도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면세점 최대 성수기인 5월 대목이 시작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5월은 최대 고객인 중국의 '노동절' 연휴(5월 1일~5일), 일본 '골든위크'(4월 27일~5월 6일)가 겹치는 시기다. 공휴일이 많아 내국인 해외 여행객도 급증하는 시기로 꼽힌다.
면세업계는 성수기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을 내놓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와 14개 면세점은 지난 26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코리아 듀티프리 페스타'를 개시했다. 각 사 별로 할인 프로모션과 포인트 증정, 경품 추첨 등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한다.
대기업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도 반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서울시와 손잡고 내달 6일까지 명동 상권 활성화를 위한 '명동 페스티벌'을 연다. 신라면세점은 연휴 기간 방한하는 중국·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적립·추첨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세계면세점 또한 브랜드 리뉴얼·팝업을 잇달아 열며 이목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장기화되는 고환율 기조는 걸림돌로 꼽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대를 넘나들면서 내국인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내달 1일까지 환율 보상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방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매출이 빠지면서 면세점은 매출보다 이익률을 중시하는 상황”이라며 “관광객이 점차 늘고 있고 항공 노선이 3분기 이후 완전 정상화되면 실적 회복세도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