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생산한다는 패러다임이 깨졌다. 우리 주변 기압인 대기압(1기압)에서 다이아몬드 합성 방법이 최초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연구팀이 갈륨, 철, 니켈, 실리콘으로 구성된 액체 금속 합금을 이용해 1기압에서 다이아몬드 합성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는 우수한 열 전도성과 단단함 및 내화학성을 갖는 탄소 물질로 전자기기 열 전도체, 반도체 온도 상승을 방지하는 방열 장치 등 활용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대부분 다이아몬드는 1300~1600도 고온과 대기압의 5만~6만 배에 달하는 고압 조건에서만 합성됐다.
또 고온고압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압력 셀 크기 제한 때문에 합성 가능한 다이아몬드 크기는 약 1㎤로 제한된다.
연구팀은 1025도 온도, 1기압 압력 조건에서 다이아몬드를 최초 합성했다. 빠르게 가열 및 냉각이 가능한 'RSR-S' 장치를 자체 제작해 3시간이 걸리는 기존 장치들과 달리 총 15분이면 모든 실험 준비 과정이 완료될 수 있게 했다.
RSR-S는 온도와 압력을 빠르게 조절해 액체 금속 합금을 만드는 장치로, 다이아몬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온도, 압력, 액체 금속 합금 비율 조건을 찾기 위한 수백 개 매개변수 조정에 사용됐다.
연구팀은 메탄과 수소에서 갈륨 77.75%, 니켈 11%, 철 11%, 실리콘 0.25%로 구성된 액체 금속 합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부 표면에서, 다이아몬드 구성 물질인 탄소가 확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액체 금속 합금 하부에서 탄소 확산이 1025도 온도 1기압 압력에서 이뤄짐으로써 다이아몬드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광 발광 분광법'이라는 실험을 통해 물질에 빛을 쏴 방출되는 파장 빛을 분석, 다이아몬드 내 '실리콘 공극 컬러 센터' 구조를 발견했다.
이 구조는 액체 금속 합금 구성요소 중 하나인 실리콘이 탄소로만 이뤄진 다이아몬드 결정 사이에 끼어들어 있는 구조다.
이때, 실리콘 공극 컬러 센터 구조는 양자 크기의 자성을 가져 자기 민감도가 높고, 양자 현상(양자적인 특성)을 띈다. 그래서 향후, 나노 크기의 자기 센서 개발과 양자 컴퓨터 분야로 응용이 기대된다.
공동 교신저자 성원경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쉽고 크게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액체 금속 합금의 구성을 다른 금속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아 더욱 폭넓은 실험 조건에서 다이아몬드를 합성할 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반도체, 기계 산업과 같은 주요 산업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합성 원천기술을 획득했다”며 “한국이 앞으로 빠르게 응용 분야를 확장해 관련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5일 '네이처'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