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장이 불러온 생성형 인공지능(AI) 파동에 뒤를 이어 일상을 혁신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미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향연을 펼쳤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AI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이종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는게 느껴졌다. 생활 밀착형으로 기술 발전을 이어온 로봇 분야는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재활보조·돌봄 기술은 AI를 만나 디지털 헬스케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모습이 돋보였다.
◇독자 LLM 기반 응용 서비스 집중
WIS 2024가 개막한 17일 코엑스 전시관은 K디지털 혁신 기술에서 비롯한 AI 기반 첨단 ICT 솔루션으로 가득했다. 오랜시간 독자적 역량을 갖추는데 많은 공을 들여온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 또한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응용 서비스를 집중 전시해 관심을 모았다.
코난테크놀로지는 13.1B, 41B 파운데이션모델(FM)로 구분된 코난 LLM과 이를 응용하고 디지털 트윈에 기반한 AI 예지분석 솔루션 코난 PHM을 선보였다. 문서 위주로 학습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특화된 코난LLM은 참관객으로 전시부스를 방문한 공공기관 정보화 담당자로부터 주목 받으며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직접 “2023년 매출현황 보고서를 작성해줘”와 같은 명령을 내리자 AI가 빠르게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모습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코난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현재 다수 개념검증(PoC)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기관 20~30여곳과 코난 LLM 공급 논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와이즈넛은 검색증강생성(RAG) 기술로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최소화한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전시했다. 법령, 채용, 급여 관리 등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가 명령에 따라 결과와 답변을 제시하는 시연이 연달아 이뤄졌다. 와이즈넛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공공 부문의 경우 중소기업중앙회와 수자원공사 등을 대상으로 PoC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즈넛은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기반으로 자연어 처리, 질의어 분석 등 순수 기술로 개발한 초대형 빅데이터에 최적화된 AI 검색 솔루션 '서치 포뮬러-1 V7',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형 챗봇 '앤써니'도 전시했다.
와이즈넛 관계자는 “서치 포뮬러-1 V7은 Java 기반 초대용량 분산형 검색엔진으로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특화됐다”면서 “자연어 질의를 명확히 이해하고 JAVA 기반 초대용량 분산형 검색엔진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정확한 결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생활과 밀접해진 '신기술 로봇'
로봇·모빌리티 기업은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기술과 신제품을 대거 출품했다. 누구나 일상에서 로봇과 함께하며 기술적 효용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대중화에 박차를 가했다.
에프알티로보틱스가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 '스텝업'은 공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옮겨야 하는 노동자를 겨냥했다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로봇으로 허리에 착용하면 근피로도를 약 40% 낮출 수 있다. 전시부스를 찾은 참관객은 특히 작업자 부상을 예방하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웨어로블 로봇 구현 기술과 착용법에 대한 질문도 쉴새없이 이어졌다.
에프알티로보틱스 관계자는 “국내 대형 배터리 소재사와 글로벌 유통사 등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고, 지난해 조달혁신제품으로 지정돼 산림청과 소방청에도 시범 판매할 예정”이라며 “국내 웨어러블 로봇이 조달혁신제품으로 뽑힌 건 에프알티로보틱스가 최초”라고 자부심 넘치게 제품을 시연했다.
고령층 대상 돌봄로봇도 참관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로보케어는 로봇에 자율주행과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 복약 알림과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로봇을 전시했다. 노인 인지훈련을 돕는 제품으로 치매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 300대가 넘는 로봇을 전국 노인 복지관과 시니어센터 등에 공급했다.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는 “어르신 돌봄 서비스에 로봇을 활용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돌봄 가족 부담을 경감하는 게 가능하다“며 ”이는 인류사회 복지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몸 도와주는 '따뜻한 AI'
장애인, 환자 등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혁신 제품·서비스도 전시장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도 WIS 전시장을 찾아 다양한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기업에 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식회사 하가의 '하티오아이'는 탑재된 각종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AI로 어떤 사물이 있는지 파악해 시각 장애인에 알려주는 시각보조 디바이스다. 상대방 표정이나 사물과의 거리, 팻말에 적힌 문자 등을 읽어낼 수 있다. 이른바 '사람을 위한 AI'라는 설명이다.
바이칼에이아이는 사람의 음성을 듣고 건강점수, 우울증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단 15초면 이용자 건강상태를 확인 가능한 서비스다. 개인의 말소리에 담겨있는 건강상태를 파악한다는 콘셉트다. 몸에 건강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전에 목소리로 더 빨리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참관객 이목을 사로잡았다.
뇌 질환을 앓는 환자가 재활 치료를 할 때 쓸 수 있는 마인드허브의 SW 솔루션도 주목받았다. 이해성 마인드허브 대표는 “아직 현자에서는 책자형태로 된 것으로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인드허브 시스템은 1만 4000여개가 넘는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만나볼 수 있고, 자동 업데이트돼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소개했다. 콘텐츠 양뿐 아니라 사용자의 훈련 상태를 자동 분석해 보고서를 만들어준다는 설명이다.
WIS 특별취재팀=박지성(팀장)·박정은·박준호·권혜미·류태웅·남궁경·이호길·김신영기자, 사진=박지호·이동근·김민수기자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