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단체가 “의료계의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 없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였다며 정부가 대화에 나서라고 17일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 제8차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근거없는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야기된 현 의료 위기 상황에 대해 어떤 책임있는 자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목전에 닥친 의료 붕괴의 상황에서 정부에 의료계와의 신속한 대화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전의교협은 전국 의대 전체 40곳의 교수협의회가 참여한 단체다.
이들은 “증원의 전 과정에서 의과 대학 교육의 당사자인 의대 교수들의 의견은 한번도 수렴된 적이 없었고, 2000명 증원은 교육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숫자”라며 “지금과 같은 규모로 증원이 진행이 될 경우 인적 자원과 시설 미비로 많은 대학에서 의학교육 평가 인증을 받지 못하게 되고 의과 대학 교육의 처참한 질 저하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 위기의 해결책으로 의대 증원이 우선이 될 수 없다”라며 “필수의료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공적인 자원인 의료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사적인 영역에 방치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사들이 수가, 진료 수입에 얽매이지 않고 전문성, 소신을 잃지 않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전에는 의사 증원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며 “의료 개혁은 OECD 국가와 같은 의료 환경으로의 시스템 개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마지막으로 “지방 의료 소멸의 원인 중의 하나인 서울의 대형 병원 쏠림을 막기 위한 대책은 경증 질환은 가까운 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의료 전달 체계 확립과 의사-환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소 진료 시간 확보가 우선”이라며 “이들 대책을 먼저 마련한 후 의사 수 부족을 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 의료의 문제를 진심으로 통감한다면 무엇이 실효성있는 대책일지 현장을 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정부는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제8차 성명서와 함께 대학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서한문도 냈다.
전의교협은 '전국의 대학교 총장님께 보내는 서한'에서 “대학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기관이고 연구를 하는 기관이지 외형적인 발전만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대학, 그리고 교육자로서 본분을 생각하고 무리한 의대 증원을 거둬 달라”고 요청했다.
전의교협은 “많은 대학들이 인증 평가 시 교육 인원의 부족과 함께 교육 시설의 노후를 지적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한 예로 해부학 교실은 인체 해부 경험이 없는 타과 교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런 상황은 장시간에 걸쳐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원된 학생 교육을 위해 대규모 병원 증축이 필요하고 교육, 연구에 비해 훨씬 큰 진료 업무를 해야 하는 의대 교수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전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중 정원이 늘어나는 32개교는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고쳐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내야 한다. 대교협 심사를 통과하면 5월 말 수시 모집요강에 반영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