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형 강화된 기술유출, 억울한 경우 없도록 집행도 엄격히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형량이 강화된다. 대법원은 26일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유출한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양형 기준을 확정했다. 가중 요소가 2개 이상이면 최대 권고 형량 12년에서 6년을 추가해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산업기술을 빼돌린 범죄는 국내일 경우 최대 형량을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해외일 경우 9년에서 15년으로 상향했다.

이는 그동안 기술 유출 사건에 있어 양형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술 유출 시도는 계속 증가했다. 국가 핵심기술의 경우 2019년 14건이던 적발 건수는 2023년 23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적발된 기술 유출 사례(23건) 중 절반 이상인 15건이 반도체 분야에서 나왔으며, 디스플레이와 자동차 분야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이 타깃이 됐다. 산업계가 핵심 인력을 붙잡기 위한 보상과 기술 보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유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법원의 처벌 기준 강화를 요구해왔다.

양형 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벗어나려면 판결문에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합리적 이유없이 양형 기준을 위반할 수 없다.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강화된 양형 기준인 만큼 기술유출을 줄이고, 우리나라 산업 기술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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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30차 양형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볼 수 있듯,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기술 경쟁은 국가 대항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글로벌 자유무역을 강조하던 시대는 사라지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보호무역이 대두했다. 산업기술 유출도 그만큼 치열하고 은밀하게 이뤄질 것임을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양형 기준이 강화된 만큼 신중하면서 정확한 판결이 필수다. 억울한 이를 남겨선 안 된다. 한경협이 분석한 대법원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된 1심 형사공판 사건(81건) 중 무죄 선고 비율이 34.6%였다. 실형 선고는 6%였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했지만 산업기술 유출사건의 무죄 선고 비율은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0%)보다 11.5배 이상 높았다. 무리한 기소가 적지 않은 것이다.

불법은 엄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억울한 피해자 역시 만들지 않아야 한다. 억울한 기술자를 한명을 만들면, 우리 사회는 소중한 인재 한명을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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