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스타트업! 글로벌을 향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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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동통신기술의 혁신을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세계의 관심 속에서 열렸다. MWC는 코로나19 펜데믹을 극복하고 이동통신뿐 아니라 스타트업 전시까지 확장하며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는 신대륙을 위해 나아가기 위한 대항해시대 심장이 뛰어 숨쉬던 곳, 혁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라 더욱 특별하다.

인류 역사에서 기존 것들을 타파하고 혁신해 새로운 성공을 맞이하는 하는 사례들이 있다. 그 혁신 사례의 비결에는 공통점이 있다. 위대한 정복자들과 그 설계자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기기 위해 철저한 실용주의를 선택해왔다. 현재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은 미합중국이라는 용광로 안에서 진정한 실용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미래를 향해 뛰어 나가야 하는 현재 이 순간 대한민국은 소용돌이에 갇혀 예전 같은 역동적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는 단순히 결혼을 독려하고 출산율을 늘리는 정도로는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또 대기업 중심 성장 일변도 구조에서 잠재성장률 저하는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에선 우리가 인구 변화에 대해 두려워 하는 동안,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이 안되는 이스라엘은 혁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미국 자본시장에 직상장하면서 거대한 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과거 중국 인구의 1% 밖에 되지 않던 몽고의 칭기스 칸이 중국 대륙뿐 아니라 세계를 호령하던 시기에도 있었던 일이다.

앞서 언급한 스페인 MWC 외에도 미국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CES, 유럽 스타트업 산실로 불리는 프랑스의 비바테크(VIVA Tech), 미국 해커톤의 산실 테크 크런치(Tech Crunch), 바이오 업계의 바이오 USA(BIO USA), 전통의 스타트업 행사인 핀란드의 슬러시(SLUSH), 싱가포르의 각종 IT·핀테크 위크(Week), 일본의 각종 전시회와 영국의 교육 산업 박람회(Bett show) 등 다양한 박람회를 통해 기술적 진보와 우리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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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은 2010년 초기부터 이러한 박람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주변이 아닌 가장 조명 받는 위치에서 멋진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해외에 많은 기회를 가지고 부딪치고 경쟁 해봐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나가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서울대기술지주는 매년 성장 유망한 스타트업을 투자와 육성에 애쓰고 있다. 최초 투자한 기업 중에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은 유니콘 기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핀테크 등 여러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 글로벌 연계를 통한 투자 포트폴리오사 성장에 힘쓰고 있다. 서울대 창업지원단 연계를 통한 투자 기업의 CES, MWC 등 박람회 진출 지원과 함께 각 국가 네트워크 연계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해외 기업설명회(IR) 데이 진행을 통해 해외 투자사와 직접적 네트워크를 연계하기도 했다. 작년 진행됐던 일본 IR 데이는 서울대기술지주 포트폴리오 5개사가 일본 투자사에게 직접 피칭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며, 실질적 사업 연계로 진행된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직접 투자와 연계, 유럽 쪽 협력을 위한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여러 정성이 수반되는 난이도가 높은 일이지만 투자 이후 성장을 독려해야 하는 투자사에는 필수 활동이다. 스타트업이 국내에서만 성공해 투자 수익을 거두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해당 기업이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개별 투자사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거시적 접근을 통한 효과적 연계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 개별 기업 혹은 기관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이 요구된다.

어떤 지원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인가? 단순히 각종 기관이 해왔던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재원을 지원해 주는 걸로 생각할 수 있다. 해외 진출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되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잘 선정하고 한정된 범위 내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 내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역사에서 위대한 정복자들이 했던 것처럼 생존과 성장을 위한 것을 선별해 채택하고 기존의 잘못된 것을 버리는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그 실용주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기업가정신 토대 위에서 약자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향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해 줄 수 있어야만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알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많은 규제와 관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각종 세금 문제와 자본법, 노동법의 규제 제약 사항은 새로움을 창조하고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 대표뿐만 아니라 해당 스타트업 성장과 함께 하는 투자자 또한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 해외 유수 기업과 경쟁해야만 하는 우리 스타트업이 기술적 진화와 서비스 발전, 투자 유치를 신경 쓰기에 앞서 이러한 제도적 문제에 휩싸여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최근 투자한 핀테크 포트폴리오 중에 한 곳은 기존 법률적 한계를 뛰어 넘어 조각투자(STO)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얻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해 사업을 영위 중에 있다. 샌드박스를 얻은 기업으로 해당 법규를 충실히 이행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타 경쟁 업체 민원으로 인해 금융당국 조사를 받으며 사업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

또 많은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이 피고용인 편향적 노동법으로 인해 필요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고용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를 접하고 있다. 서울대기술지주 역시 스타트업에 투자해 혁신 성장시켜야 하는 대학 내 시대적 소명 변화에 따른 투자기관 임에도 예전 규제와 관습을 벋어 나지 못하는 기존 세력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이러한 난관으로 대다수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그 체력을 키워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기술적 혁신과 발전이 선제돼야 하지만 그 발전을 저해하는 한계 요인은 실증주의를 통해 최대한 제거해야만 한다.

현재 제도는 기존 기업이 과거에 발생시켰던 부도덕한 사례를 막고 관리 감독 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처럼 기업인은 무조건 나쁘고 탐욕스럽다는 프레임을 벗고 모든 제도를 처음부터 재검토 해야만 한다. 모든 체계의 변화가 어렵다면 스타트업을 위해서라도 경제 혁신 특구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볼만하다. 대부분의 규제를 제외하고 안되는 것만 정해 놓은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통해 글로벌에서 무한 경쟁할 수 있는 실질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지방 소멸 이슈로 고민하는 지자체와 연계해 지방 경제 특구 등으로 실행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스타트업 경제 특구를 만들어 그 곳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대부분 규제가 없는 상태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해보는 식이다. 몇 년 뒤 그 스타트업으로 국내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 지를 상세히 조사한 후에 전면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 보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법인이고 법인의 인자는 사람 인(人)으로 법적 테두리안에서 스타트업은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 생명체와 똑같다. 한 스타트업의 탄생은 우리가 사회에서 한 생명체를 태어나게 하는 것과 같기에 해당 생명체가 잘 자라서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기 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즉 규제 등의 제한이 없도록 해야만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외뿔을 가진 신비한 짐승 즉 유니콘은 신화 속에서 그 모습을 빈번히 드러낸다. 우리는 어쩌면 유니콘을 죽여 저주에 걸렸다는 알렉산더 대왕처럼 스타트업을 규제로 죽이고 저주에 걸릴 수도 있다. 칭기스 칸은 인종과 종교에 대한 관용정책 즉 극단적 실용 주의를 통해서 세계를 지배했다. '칭기스 칸, 신 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의 저자인 잭 웨더포드의 주장처럼 미국의 헌법 정신인 자유와 평화공존이 칭기스 칸의 삶과 사상, 몽골제국의 종교 관용정책 즉 실용주의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도 글로벌 진출을 위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에 고한다.

튼튼한 올가미 밧줄과 황금 채찍의 힘으로, 칭기스 칸은 '황금 북극성' 쪽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의 군대가 사악한 자들을 처벌하고 명예로운 자들을 단합 시킨 뒤에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미래의 신'이 안개 속에서 나타나 과거를 무너뜨리고, 역사를 종식시키고, 악의 지식을 지우고, '선과 빛의 순수한 땅'을 통치할 것이다. 그래서 몽골인들은 말한다. '불투구이. 불투구이!' 이 말은 '제발 그렇게 되기를!' 이라는 뜻이다(칭기스 칸, 신 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 발췌).

'불투구이. 불투구이!'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응원한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moksh@snu.ac.kr

〈필자〉서울대에서 재료공학과 경제학을 전공, SK커뮤니케이션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을 경험하고 이후 10여년 동안 스타트업 창업과 자금회수(EXIT)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에 입문했다. 공공 영역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결심으로 대학 기술지주에 입사해서 2020년 내부 승진으로 대표직을 맡고 있다. 2017년 서울대STH 제1호를 시작으로 창업초기 벤처조합, 핀테크혁신 벤처조합 등 모태펀드, 성장금융과 외부 출자자가 연계된 9개 펀드, 민간으로 구성된 성과 공유 기부형 펀드를 비롯한 총 10개의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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