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남성이 자신에게 불쾌감을 표시한 여성에게 앙심을 품고 여성이 마시던 음료에 발기부전 치료제를 탔다가 싱가포르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공영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이날 현지 지방법원은 한국인 남성 김모(33)씨에 대해 독성이 든 음료를 사용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소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1월 28일 서머셋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했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김씨는 이날 실내 서핑을 즐기던 이들을 촬영했다. 여기에는 피해자 A씨 일행도 포함됐다. 김씨는 당시 A씨에게 접근해 “매력적”이라며 사진을 보여주려 했으나, A씨는 김씨가 자신의 사진을 허락없이 촬영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자리를 떴다.
이에 앙심을 품은 김씨는 A씨 일행이 소지품을 두고 온 테이블로 향했다. 김씨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타다라필(발기부전 치료제 일종)을 자신이 마시던 물에 녹인 후, A씨의 버블티에 부었다.
A씨는 자리로 돌아온 후 버블티 비닐이 찢어진 것을 봤지만, 친구 중 한 명이 포장을 뜯었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음료를 마셨다. 음료를 마신 뒤 현기증을 느낀 A씨는 포장에 하얀 가루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타다라필은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어 싱가포르 독극물관리법상 독성 물질로 지정된 약물이다.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김 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녹화됐다.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던 김 씨는 이에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한편, “직접 복용할 목적으로 약물을 구입했고, 날 피하는 A씨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법정에서는 “피해자와 대화할 때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면서 “성범죄를 목적으로 약을 탄 건 아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유사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고 해명했다.
싱가포르 검찰은 공공장소 안전에 대한 신뢰가 위협받았다며 김 씨에 징역 6~8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앙갚음을 목적으로 한 나쁜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기회주의적(계획적) 범죄 행위”라고 지적하는 한편 김 씨의 추가 범행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 4개월을 선고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는 독극물로 상해를 입힌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벌금형, 태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