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미성년 딸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총격 살해한 미국 남성이 법원의 결정으로 살인 혐의를 벗게 됐다. 남성은 앞서 재판을 기다리는 가운데 공화당 경선에서 보안관 공천을 받아 화제가 된 인물이다.
4일(현지시간) AP통신·CBS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담당한 랄프 윌슨 주니어 특별순회 판사는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애런 스펜서의 공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내달 예정됐던 배심원 재판은 열리지 않게 됐다.
재판부는 증거 분실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당시 지역 경찰은 사건 현장에 출동해 사망한 남성의 트럭에서 블랙박스를 제거했다. 그러나 이를 사무실에 방치하면서 배터리가 방전돼 카메라 설정이 모두 초기화됐다. 또한 가장 중요한 메모리 카드 역시 분실됐다.
이에 스펜서 측은 총격 당시 상황이 녹화됐을 가능성이 높은 차량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분실한 사건이라며 사건 기각 요청을 냈다.
윌슨 판사는 판결문에서 “법 집행 기관(경찰)의 부실 행위가 너무나 심각하여, 이번 사건을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4년 스펜서는 마이클 포슬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음에도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포슬러가 스펜서의 13세 딸을 상대로 수십 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성폭행범이었기 때문이다. 포슬러는 당시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사건 당일 밤 잠에서 깬 스펜서는 딸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후 수색 끝에 포슬러가 운전하던 트럭 조수석에서 딸을 찾아냈다. 스펜서는 포슬러의 트럭을 길가로 밀어붙인 뒤 그와 언쟁을 벌였고, 911에 전화를 걸어 포슬러를 총으로 쏜 사실을 신고했다.
검찰은 스펜서가 살인을 사전에 계획했으며, 포슬러를 추격하는 동안 경찰에 먼저 신고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반면 스펜서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포식자로부터 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했을 뿐”이라고 맞서왔다.
스펜서의 변호를 맡은 에린 카시넬리 변호사는 사건 기각 판결 후 “이 가족의 그 누구도 다시는 법정에 서서 그 끔찍한 악몽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게 되어 감사하다”라며 “자신의 아이를 지킨 아버지는 애초에 기소조차 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스펜서는 재판을 기다리던 중 공화당 경선에서 보안관 후보로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이 지역에서만 3선을 지낸 현직 보안관을 누르고 오는 11월 본선 선거 명부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스펜서 후보는 “이제 이 잔혹한 한 챕터가 끝나 감사할 따름이며, 앞으로는 가족 돌봄과 일상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며 “로노크 카운티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며, 더 안전하고 강한 카운티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선거 운동 재개 의지를 밝혔다.
한편, 스펜서 후보는 현재 자신의 선거 운동에서 딸의 사건을 사법 개혁의 중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당선 시 아동 성범죄 전담팀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