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충하초도 아니고…” 건강한 개구리 옆구리서 돋아난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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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버섯이 자라난 인도 개구리. 사진=로히트 Y. T.

죽은 개구리가 아닌 살아있는 개체의 옆구리에서 버섯이 돋아난 모습이 포착돼 균학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야생 동물 기금의 습지 전문가 로히트 Y. T.는 지난 1월 학술지 '파충류와 양서류'(Reptiles & Amphibians)를 통해 인도 쿠드레무크 산맥 기슭에서 살아있는 개구리 몸에서 피어난 버섯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로히트와 동료들은 파충류와 양서류를 연구하기 위해 탐험을 하다가 연못 근처에 노란색 개구리 군집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그들이 발견한 종은 '라오의 중간 황금등 개구리'(학명 Hylarana intermedia)로 고츠산맥 고유종이다.

여러 마리를 차례로 관찰하던 일행의 눈에 띈 것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한 마리였다. 건강해 보이는 개체임에도 옆구리에 작은 버섯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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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버섯이 자라난 인도 개구리. 사진=로히트 Y.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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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버섯이 자라난 인도 개구리. 사진=로히트 Y. T.

로히트 팀은 해당 개구리를 다각도에서 촬영하고, 이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해 균류 전문가들에게 버섯의 종류를 수소문했다. 전문가들은 이 버섯이 '애주름버섯'(Mycena) 속으로 추측했다. '보닛 버섯'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버섯은 일반적으로 죽거나 썩은 식물의 유기물을 먹고 자라며 썩은 나무 위에서 무리 지어 발견된다.

동충하초 같은 기생 균류가 동물의 몸에 자라기도 하지만, 이 균류는 '병원체'이기 때문에 숙주를 감염시키는 형태로 몸에서 자라난다. 감염된 벌레가 움직이더라도 동충하초가 몸을 이미 장악한 사실상 '좀비' 같은 상태다. 이번에 발견된 버섯은 병원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는 것이 로히트의 설명이다.

사진을 통해 이 사례를 접한 플로리다 대학교 균류 생물학자 매튜 스미스는 “살아있는 동물의 조직에 버섯이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매우 놀랍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균학자이자 애주름버섯 전문가인 버그 하더 코펜하겐 대학교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버섯이 '애주름버섯'이 틀림없다고 했다.

로히트 팀은 이 사례를 사진으로만 보고했을 뿐, 개구리를 포획하거나 버섯을 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세한 연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개구리에게서 버섯이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버드대학교 비교동물학 박물관의 파충류학자 소낼리 그랙은 “로히트 팀이 개구리를 발견한 몬순 시기에는 숲 바닥에 버섯이 풍부하다”며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이슬이 맺힌 개구리 피부는 버섯이 자라기 위한 완벽한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축축한 개구리의 피부에 버섯이 자라기에 이상적이며, 표면에만 돋아나는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진균학자들은 양서류가 감염이나 상처를 입은 후, 그곳에 포자가 붙으면서 움푹 패인 흉터를 만들기도 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한편, 애주름버섯속에 속하는 버섯은 식용 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독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식용하기에는 너무 작아서 식독불명인 경우가 대다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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