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과학 기반의 전자파 인체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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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전자파학회 전자장과생체관계연구회 위원장)

우리나라에서 전자파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시점은 1990년대 초반이다. 휴대폰을 필두로 전력선, 데이터센터 등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불안에서 집단의 갈등으로 그 양상이 점점 변화되고 있다. 이는 두려움에 대한 일반적 인식의 결과다. 전력선, 방송국 등의 공공인프라와 5세대(5G) 이동통신처럼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한국전자파학회가 개최한 전자파 유해성 전문가 토론회에서 필자는 국제적이며 과학적으로 검증된 레이다 전자파와 관련된 세계보건기구(WHO)의 팩트만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일반 국민의 인식 변화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과학적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갈등 상황에서 전문가 역할은 정부와 국민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그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전자파에 대한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세계가 공감하고 신뢰하는 인체보호기준이다. 전자파와 관련한 인체보호기준은 국제 NGO 기관인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ICNIRP)가 현재까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제정했으며, WHO에서도 이 기준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한국전자파학회에서 본 권고 기준을 근거한 엄격한 기준을 제안해 정부가 이를 채택·운용하고 있다.

한편, 무선주파수 전자파는 건강 보호를 위한 공통적이고 일관된 방호 철학이 국제적으로 필요하며, 현재 WHO에서 진행 중에 있다. 무선주파수 전자파는 스펙트럼, 노출 상황, 건강 영향이 다양해 공통적 원칙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다만 무선주파수 전자파의 안전에 대한 핵심 원칙은 노출 시설의 정당성, 방호의 최적화, 개인 노출의 위험성 제한으로 다양한 무선 주파수 전자파 발생원에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정부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는 시민단체도 함께 해야 하는 일이며 이러한 안전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정부, 전문가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너무 과하지도 그러나 덜하지도 않은 사람 중심의 인체보호 방안을 만들어 국민 이해도를 높이고, 신뢰할 수 있는 국민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자파 분야의 오랜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낮은 레벨의 장기간 노출에 대한 영향을 알 수 없다'부터 출발해 '현재 기준이 너무 높다', '암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는 대표적인 과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의 실례로 국민과 전문가, 그리고 전문가간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정부와 전자파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해 국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 및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과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의 해소는 정부, 전문가,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이 모두 지고 가야 하는 숙제이기에 이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겠다는 의지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자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팩트에 기반한 올바른 정보를 투명하게 상호 공유하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전자파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일은 시대적 과업이며, 전자파 이슈가 국민의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전자파 위험문화(EMF Risk culture)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choihd@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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