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 낸드 최대 55% 인상···반도체 시장 회복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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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디지털 본사. (사진=웨스턴디지털 뉴스룸)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WD)이 낸드플래시 판매 가격을 최대 55% 인상할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되는 데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만큼 낸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WD는 유통 거래선에 낸드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판가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 낸드의 경우 향후 몇 분기 동안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누적 인상 폭이 55%를 넘을 것이라고 고객사에 공지했다. HDD는 가격을 매주 검토할 예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판가 인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WD는 생산 능력을 현재 수요 환경에 맞춰 조정한 만큼 계획되지 않은 주문에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납기(리드타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렌드포스는 WD의 이같은 설명에 대해 고객의 더 많은 주문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WD의 낸드 판가 인상은 반도체 시장 회복세와 맞물려 주목된다. 메모리 반도체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 급감으로 업황이 위축됐지만, 업체들의 대규모 감산에 힘입어 수급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 매출은 92억2900만달러(약 11조95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2.9% 늘었다.

내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반등이 점쳐지는 점도 WD의 낸드 가격 인상 배경으로 분석된다. 주요 응용처인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이 늘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용량 D램과 낸드 수요 증가가 예상돼 WD도 선제적인 판가 인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1298억달러(168조1300억원)로 전망, 올해보다 44.8%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적자에 빠져 있는 WD가 수익성 개선이 절실해 판매가 인상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 영향으로 지난 7~9월에 6억8500만달러(88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4분기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WD는 일본 키옥시아와 통합을 추진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 반대 등으로 합병이 무산됐다. 이에 WD는 낸드와 데이터 스토리지 제조 법인을 분할, 사업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WD에 이어 낸드 가격 인상에 동참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황 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판가 인상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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