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고해상도 비표지 간섭산란 현미경 개발…세포 속 '교통 체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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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산란 현미경을 이용해 획득한 세포 속 소포들의 트래픽

세포 내에서 물질을 운송하는 '소포(vesicle)'도 출퇴근 길 도로 정체 같은 교통 체증을 겪고 있음이 확인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의 조민행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과 홍석철 교수(고려대 물리학과)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 활발하게 이동하는 소포 움직임만을 선택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을 개발했다.

얇은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주머니 모양의 소포는 호르몬, 효소, 신경 물질 등을 그 속에 담아 이들이 필요한 세포 내 적시 적소에 배달하는 일종의 우편배달부다.

우편물 오배송처럼 소포가 엉뚱한 곳에 물질을 배달하거나, 운송이 지연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소포 수송(vesicle traffic)의 작용 원리를 규명한 세 명의 연구자는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소포의 수송 원리, 소포와 세포 소기관의 상호작용 분석 등 연구는 형광 현미경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형광 현미경을 이용하면 형광 표지된 특정 소포들의 수송 과정만 관찰할 수 있고, 형광 신호가 유지될 수 있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즉, 세포 속의 복잡한 골격망을 따라 수송되는 수많은 소포의 전체적인 수송 현상을 시각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은 자체 개발한 간섭산란 현미경을 이용해 복잡한 세포 속에서 이동하고 있는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장시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30분이 넘는 장시간 동안 세포의 핵 주변에서부터 라멜리포듐(부채 모양 세포 가장자리 돌출부)으로 이어지는 영역에서 100개 이상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동시에 추적했다. 추적 영상은 초당 50Hz의 영상 촬영 속도(1초에 50장의 이미지 재생)로 얻었다.

이 과정에서 획득한 소포 위치 정보를 이용해 세포 내부의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골격망의 공간적 분포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서 알려진 바 없는 소포의 새로운 수송 특성도 확인했다. 수송 과정에서 소포들이 국소적으로 이동 정체 현상을 겪기도 하지만, 여러 소포들이 함께 긴 거리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집단 수송 방식, 수송 중인 소포 뒤에 달라붙어 함께 이동하는 히치하이킹 수송 방식 등을 이용해 세포 속 정체 현상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수송 전략을 갖추고 있음을 밝혀냈다.

제1저자인 박진성 연구원은 “매우 복잡하고 미시적 세계인 세포 속 환경에서 대도시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교통 체증 현상이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세포가 트래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채택하는 효율적 수송 전략을 찾아 생명현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개발한 현미경에 형광 표지된 세포 속 분자를 관찰할 수 있는 형광 현미경을 결합한 관찰 도구도 개발했다. 고속·고해상도 간섭산란 영상 기법에 화학선택적 형광 영상 기법을 접목하여 관찰 정밀도를 한층 더 높인 것이다.

홍석철 교수는 “생명현상을 고감도·고속·장기간 관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생명현상을 분자들의 거동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전주기적 추적 관찰을 통해 의학적으로 큰 파급력을 갖는 발견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행 단장은 “살아있는 세포를 형광에 의존하지 않고 초고분해능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생명현상을 미시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밝혀낼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1월 14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6.6)'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