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사람처럼 통증 느낀다…KAIST, 소자로 복잡한 감각신경계 특성 모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김경민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멤리스터를 활용해 통증자극 민감도 조절 기능을 갖는 뉴로모픽 통각수용체 소자를 최초로 구현했다고 15일 밝혔다.

멤리스터는 메모리와 저항의 합성어로, 전류 흐름에 따라 저항이 변화하는 전자소자다.

감각신경계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유해 자극을 감지해 위험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다. 특히 통각수용체는 자극이 임계치를 넘으면 통증 신호를 발생해 인체가 자극에서 회피할 수 있도록 한다.

통각수용체 신호 전달에는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외부 자극 임계치를 조절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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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성 및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인한 통각수용체의 동작 모식도

그동안 이런 복잡한 감각신경계를 모사하는 전자 소자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는데, 기존 연구에서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특성은 쉽게 구현할 수 있었으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임계치 조절 특성까지 동시 구현하는 것은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중 전하 저장층 구조로 외부 자극 임계치를 조절할 수 있는 뉴로모픽 통각수용체 소자를 최초로 개발했다.

서로 다른 두 전하 저장층은 각각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역할을 맡는다.

통각수용체 필수 기능인 통증 전달, 완화, 민감화 등 특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신경계의 복잡한 기능을 단순한 전자 소자로 구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 소자는 온도 자극에도 반응하는 온도수용체 특성을 보였다. 통각과 온도를 모두 느끼는 휴머노이드 피부에 적용 가능하다.

김경민 교수는 “임계치를 조절할 수 있는 특성은 감각신경계 모사뿐 아니라 임계 스위칭 특성을 활용하는 보안 소자나 차세대 컴퓨팅 소자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신소재공학과의 김근영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10월 21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종합기술원, KAIST, SK하이닉스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