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노벨 과학상' 얘기가 다시 고개를 든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불씨가 됐다. 사실 이전에도 노벨상 얘기는 나오고 있었다. 2022년 허준이 교수가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하면서다. 허 교수가 쌓은 '노벨 과학상에 대한 열망'이라는 장작에 한 작가가 뒤이어 불을 당겼다.
과기계 입장에서 허 교수와 한 작가는 영락없는 '엄마 친구 아들' '아빠 친구 딸'이다. '왜 노벨 과학상은 못 받느냐'는 잔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잘한 기억이 있기에 더 그렇다. 특히 응용 분야에서는 전쟁 참화 후 잿더미 위에서 기적적인 기술 성과를 쌓아왔다.
그런데 현 시점에 연구 현장 상황을 보면 과연 우리가 노벨 과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 하나에 모두 담기 어려운 안타까운 점들이 여럿인데, 현 체제가 과기 역량 성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점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현장이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고 정치에 종속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체가 불분명한 과기계 카르텔을 거론하며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뭉텅 잘라간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내년도 예산에 삭감분 회복이 이뤄졌다지만 상흔이 너무 깊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이 덮어버린 연구가 적지 않다.
이번 정권만 문제가 아니다. 매 정권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특정 연구 분야가 살고 죽는 것이 예사 일이었다. 이들 모두 과학이 정치에 종속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연구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각계 각층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지겨울 정도로 많이 거론됐다.
정말 지겹지만 연구 독립성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코자 한다. 과학자가 대통령이 누군지, 집권당이 어딘지에 구애 받지 않고 제 할 일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노벨 과학상 수상에도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