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외교 무대를 누비며 'K-컬쳐 영업사원'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18일 윤 대통령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참석할 예정인 김 여사가 이번에는 어떤 패션으로 어떤 메시지를 강조할지 관심이다.
외교 무대에서 김 여사 패션의 핵심 가치는 이른바 '착한 소비'다. 이는 김 여사의 평소 가치관인 친환경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여사는 잼, 주스 등을 생산하고 남은 껍질이나 씨앗을 재활용한 '애플 레더' 가방, 커피자루와 한지 가죽을 업사이클링한 가방 등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방 제조업체인 '마르헨제이', '할리케이' 등의 브랜드가 국제 무대에서 이목을 끈 건 덤이다.
순방 일정에서도 '윤리적 소비'라는 김 여사의 가치가 잘 드러난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방문 당시 버려진 폐어망 등을 녹여 만든 재생 플라스틱으로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체를 둘러봤다. 또 지난해 6월에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100% 재활용 소재 의류를 파는 에콜프를 방문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당시 김 여사는 중고 타이어로 만든 신발 등을 직접 만져본 뒤 관계자들과 기후환경 정책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서 한 번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 것도 또 다른 의미로 분석된다. 김 여사는 지난해 6월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과 지난 6일 아세안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서 같은 원피스를 입었다. 다만 드레스 위에 인도네시아 전통 의류인 '바틱'을 걸쳐 다른 분위기를 냈다. 원피스 함께 신은 구두는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브랜드 '앤서니' 제품이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 착용하는 의상·소품 등을 자비로 구매하고 있다. 김 여사의 소비는 주로 국내 소상공인 제품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인도네시아·인도 순방 기간 김 여사가 착용한 건 국내 소상공인 브랜드 '빌리언템'의 그레이스백이었다. 빌리언템은 출산 후 경력 단절을 겪던 여성 디자이너가 1인 창업한 기업이다.
아울러 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정장 차림에 포켓치프(장식용 손수건)를 착용하거나 단정하면서도 디자인이 가미된 원피스·스커트 등을 입는 등 '최초의 기업인 출신 영부인' 등의 메시지도 읽힌다.
물론 전 세계 영부인들도 패션을 철학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부인들의 패션에 담긴 비언어적 메시지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경제·산업적으로도 영부인의 패션은 중요하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가 공식 석상에서 입은 브랜드 회사의 주가가 오르며 중저가 패션산업을 견인한 이른바 '미셸 오바마 효과'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 착용하는 의상·소품을 모두 자비로 구매 중인 김 여사 역시 국내 업체의 제품을 착용하는 방식으로 국내 산업 활성화 등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주로 국내 소상공인 제품들을 산다. 특히 김 여사는 에코백과 같은 친환경 제품과 중저가 국내 브랜드 등을 명품 의류와 '믹스 매치'하곤 한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사전투표장에 국내 소상공인 브랜드 '빌리언템' 가방과 디올 블라우스를 함께 착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면 김 여사는 'K-컬쳐 영업사원' 임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서울신문에 “드레스를 재활용해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파하는 동시에 중소 브랜드 구두를 선택해 국내 패션 업계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며 “김 여사가 소상공인에게 힘을 싣고 K컬처를 알리는 차원에서 국내 브랜드를 자비로 구매해 착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김 여사의 패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은 서울신문에 “김 여사가 친환경 행보와 ESG 활동에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지구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한 소비가 체화되지 않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영부인을 따라 착한 소비에 동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