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SK온과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이차전지 공급망 안정화 노력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산 배터리 대체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협력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현대차와 손을 잡지 않은 삼성SDI와의 동맹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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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지난 5월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에서 가졌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LG엔솔, 미국 합작공장 2025년부터 가동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오는 2025년까지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양사는 5조7000억원을 투입, 고성능 전기차 약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합작공장에서 양산하는 배터리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전량 탑재된다.

합작공장이 연내 착공에 돌입하면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사 선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연말께 장비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장비 반입, 파일럿 라인 가동, 시험 생산을 거쳐 2025년 말부터 공장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북미에서 손을 잡은 건 조지아주 공장이 처음이다. LG가 현지에 GM·혼다와 합작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기존 공급망과 유사한 구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배터리 동맹'을 맺었다. 양사는 2021년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6월 완공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 셀을 양산한다.

양사는 미국·인도네시아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로 폭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1년 64GWh에서 2025년 435GWh로 증가, 연평균 성장률 63%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생산하고 있으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최대 자동차 내수 시장으로 성장성이 돋보이는 국가다.

양사 협력으로 현대차는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이 가능해졌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2009년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탑재된 이후 이후 양사는 10년 이상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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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부사장(왼쪽)과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이 지난해 11월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사진=SK온)

◇현대차·SK온도 협력···삼성SDI와도 손잡나

현대차는 미국에서 SK온과도 손잡고 배터리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양사는 6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GWh 규모의 이차전지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3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으로 가동 목표 시점은 2025년 하반기 이후다.

합작공장은 협력사 선정이 임박한 단계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배터리 생산 라인 공급망 형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 협력사 선정이 마무리된 뒤 연내에 장비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일부 장비사는 선정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이 조지아주에 자체 공장을 가동 중이어서 기존 장비 공급망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가 이처럼 미국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건 IRA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IRA 세부 규칙에 따르면 북미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현지에서 조립한 전기차에 탑재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중국산 배터리는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만큼 국내 기업과 협력해 북미 생산거점을 구축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현대차와 SK온은 국내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지난달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서산 3공장을 증설, 국내 배터리 생산량을 20GWh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현대차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로 보인다. SK온 최대 고객사는 현대차그룹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아 EV6 등에 SK온 배터리가 적용되고 있다.

이제 시선은 삼성SDI로 쏠린다. 현대차그룹이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으면 국내 배터리 3사와 모두 거래를 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현대차 배터리 공급이 먼 미래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미 배터리 공급 규모와 기간 등을 두고 양사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서 협력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동맹도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삼성과 현대차는 우리나라 재계 양대산맥이지만, 지금까지 협력보다는 거리를 뒀다. 삼성이 1995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현대차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러나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양사 협력이 가시화됐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미래차 부품 영역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단독회동을 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급증에 맞춰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현대차와 삼성SDI가 협력을 맺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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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