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서 디지털전환 등의 붐을 업무 생산성 향상 또는 혁신의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잠시 몸담았던 제약·바이오 정보시스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 역시 제조의 일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생산과 관련된 각종 시설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생산을 위한 정보시스템에 대한 인식이다.
국내 제약업계의 경우에 매출 상위 기업 몇 곳을 제외한 중소 제약사는 아직 일부 업무에만 정보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산설비에는 집중 투자를 하나 이를 관리할 정보기술(IT) 품질관리 및 운영 시스템에는 투자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약 분야 생산제품은 그냥 상품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 데이터의 오류라든가 인위적인 조작 또는 수작업 착오로 생산된 약품의 문제 발생우려가 늘 존재한다.
글로벌 제약기구인 ICH(International Council on Harmonisation)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Q-series)에 따르면 의약품의 품질, 변경관리, 위험관리 등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조하고 있는 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IT시스템을 통한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제약 공정상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솔루션이 없다면 공정별 문제점을 찾기 위해 수작업으로 모든 과정을 전부 뒤집어 봐야 하므로 검증작업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대부분 제약 정보관리솔루션은 글로벌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데 국내 법규 준수 기능이 일부 누락 되거나 국내 사용자에게는 활용하기 어려운 기능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해당 솔루션의 기능은 제약 과정에 필요한 준수사항 및 데이터 무결성을 효과적으로 입증하고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하는 데, 이는 전자문서관리시스템(ECM)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업무를 위한 일련의 과정을 문서 중심으로 워크플로우를 관리해 가면서 종합적인 관리를 한다는 점에서는 거의 동일한 목표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도 우수한 성능의 ECM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요인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제약분야는 생산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비용과 솔루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시장에 진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문서산업계 입장에서는 미개척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는 점도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를 해당 분야의 규제 또는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ICH가이드라인과 같이 분야별로 준수해야 할 규제 또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므로 이를 우선적으로 분석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지 검토를 해 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있으나 생산설비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 국내외 규제 또는 표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에 특화된 정보솔루션의 개발을 지원하고 제조기업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운하 씨에이에스 이사 whcha@cas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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