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활용해 핵심 의약품 전략 재정립

4개 기업 9개 병원 '맞손'
의료데이터 수요·공급 매칭해
성능개선·전략수립에 활용

국내 병원과 제약사가 의기투합해 병원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토대로 핵심 의약품 성능을 개선하거나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시도에 나선다. 접근이 어려웠던 병원 내 의료데이터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고 국내 환자 데이터 기반으로 한국인에 최적화된 의약품 성능 개선을 꾀할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미약품, 삼진제약, 환인제약과 의료AI 기업 휴먼딥이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들과 손잡고 의료데이터에 기반한 의약품 성능 개선에 돌입했다.

한미약품은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과 손잡고 국내 고혈압 치료제 1위 제품인 '아모잘탄 패밀리' 대상으로 병원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안전성과 효용성 지표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아모잘탄은 국산 전문의약품 중 처음으로 누적 1조원 매출을 돌파한 한미약품의 대표 전문의약품 중 하나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 플러스에 대해 병원이 보유한 데이터 기반으로 65세 이상 한국인에 특화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제품 전략 수립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연구 결과에 따라 아모잘탄플러스 성장기 흐름을 계속 유지하거나 아모잘탄 패밀리 복합제 개발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진제약은 항혈전제 오리지널 약물인 플라빅스 복제약(제네릭)이자 자사 대표 전문의약품 '플래리스'에 대한 부작용 연구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한양대병원과 손잡았다. 플래리스는 플라빅스 복제약 시장 1위다.

삼진제약은 플래리스 주성분인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과 병용 투여시 위장관 출혈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부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위장관계 이상 증상을 줄이기 위해 P-CAB(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 약물이나 PPI(양성자펌프억제제)를 병용 복용하는 사례를 연구하기로 했다. 협업 병원들이 보유한 공통데이터모델(CDM) 데이터를 활용한다.

환인제약은 알콜중독 치료를 위한 항갈망제 연구를 위해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과 손잡았다.

환인제약은 전자건강기록(EHR) 기반 CDM 자료를 활용해 알콜 관련 질환과 항갈망제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이상사례 발생 현황을 분석해 부작용 위험요인을 살필 방침이다. 대표적 항갈망제 중 하나인 아캄프로세이트는 65세 이상에 투여가 금지돼 있어 이를 중심으로 신장기능 이상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치료 유용성을 살피기로 했다.

Photo Image
지난 29일 서울 남대문 코트야드 메리어트호텔에서 병원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데이터 공동 활용 연구 협약식'이 열렸다. 은성호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

의료AI 기업도 병원 데이터 활용을 시도한다. 휴먼딥은 건양대병원과 손잡고 폐렴 데이터를 활용해 세균·바이러스성 폐렴에 대한 1차 연구 후 각 폐렴에 따른 세부 원인균을 탐지할 계획이다. 이미지 데이터에 더해 병원의 환자 검사정보를 추가 활용한 멀티모달 딥러닝 모델을 구현해 새로운 폐렴 예측 기술 연구를 시도한다.

이들 기업과 병원 간 데이터 활용 시도는 보건복지부가 실시해온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 기반으로 이뤄진다. 복지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형병원에 축적된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품질 확보와 표준화, 정보보안, 특화 데이터 설정, 데이터 거버넌스 등 활용체계 구축을 지원해왔다. 현재 총 7개 컨소시엄에 걸쳐 41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민간기업과 병원 간 의료데이터 활용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공동활용을 적극 지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하는 의료데이터를 찾지 못하거나 좋은 데이터 활용 체계를 갖춰도 이를 활용할 기업을 찾지 못하는 수요 공급 불일치 문제가 컸다”면서 “보건의료데이터가 바이오·헬스 산업 핵심으로 부상한 만큼 병원·기업 간 협력사례가 더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