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빌리티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이동수단(PM), 공유차,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 도심항공교통(UAM) 등 기존의 철도, 버스, 항공 이외에도 디지털 전환(DX)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통수단이 등장, 생활 곳곳에 스며든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교통수단은 대부분 하나의 앱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한번에 여러 대중교통수단을 검색하고 이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이동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교통수단을 검색하고 최적경로를 확인한 뒤 본인이 원하는 교통수단을 각각 예약하고 결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수단별 앱이 달라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앱을 여러번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효율적이며 편리한 교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통합교통서비스 MaaS(Mobility as a Servic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MaaS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MaaS는 모든 교통수단 시스템을 통합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최적경로를 제공하고 한번에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통합교통서비스다. 그간 고비용적 교통 인프라 위주 정책이 한계에 달해 나온 대안으로, 기존에 갖춰진 교통 자원만으로 교통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교통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단순히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개개인의 이동 패턴과 선호도를 분석해 최적화된 이동 경로와 교통수단을 제시하는 것까지 이어지며, 철도, 버스, 항공 등 여러 교통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해외에서는 핀란드의 'Whim', 스웨덴의 'Ubigo' 등 MaaS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구축·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는 대부분 도시 단위 서비스로, 서비스 수준 자체는 높으나 지역적 범위가 좁기 때문에 한국형 MaaS로 추진하고자 하는 전국 단위의 MaaS는 해외와 비교해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물론 한국의 경우 도로 밀집도와 도시 구조, 교통 문제의 다양한 복합성 등으로 인해 해외 사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애요소가 많을 수 있지만 한국의 교통산업과 시장구조에 맞는 독자적 접근방식과 전략을 마련해 한국형 MaaS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한국형 MaaS 정책 추진 방향
기본적으로 광역교통은 두 개 이상의 시·도, 여러 기초지자체에 걸쳐 운용되는 만큼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와 입장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MaaS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공공과 민간의 이해관계까지 충돌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민간 플랫폼 사업자의 MaaS 서비스 구축도 다방면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 방식은 데이터 공유 및 활용에 한계가 있다. 다양한 교통수단에 대한 운영·관리주체가 달라 업체별로 업무 협약 등을 개별로 협의해야 하며, 영업 데이터에 대한 공유가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MaaS 운영 플랫폼 기술 등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 확대, 교통수단 공유화 기술 개발, 관련 법령 마련·정비 및 사업에 필요한 공공데이터 제공 및 민간데이터 개방을 주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MaaS의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교통수단간 데이터 연계가 핵심이므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다양한 교통수단 데이터가 한데 모이고 공유되는 기반을 위해 '오픈 MaaS'를 마련할 예정이다. 오픈 MaaS란 MaaS 운영에 필요한 검색·예약·결제 서비스 등을 표준방식(API)으로 통합·중계, 누구나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도록 공유하는 개방형 시스템이다.
공공기관은 중계사업자로서 대중교통(KTX, 고속·시외버스 등 포함), PM, DRT 등을 모두 아우르는 전국 단위 MaaS 구현을 위한 데이터 연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 플랫폼 사업자는 개별 제휴없이 오픈 MaaS 접속만으로도 모든 운송사업자와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체계가 갖춰진다면 철도, 항공, 버스 등 각기 다른 교통수단의 검색, 최적경로 안내, 예약·결제 등 여러 교통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구현해 다양한 교통수단과 서비스를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미래 도시의 핵심가치로 교통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지향해야 한다. MaaS는 물리적 이동에 따른 스트레스와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고, 대중교통 및 환경 친화적 교통수단의 이용을 장려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개념이다.
모든 국민이 철도, 버스, 항공 등 전국의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을 한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형 MaaS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스마트한 교통시스템과 교통정보를 기반으로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모빌리티 시대에 걸맞은 산업 성장 기반을 갖출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MaaS의 성공적 정착은 향후 기존 교통수단의 수송 효율 향상,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 교통혼잡 완화, 자가용 통행 감소 등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측되며,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기여 등 교통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도시권의 교통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로, 앞으로도 교통 혼잡 완화와 교통 편의성 향상을 위해 교통 인프라 개발 및 대중교통 확충을 위한 인프라 정책과 이동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소프트한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한다.
수도권 등 대도시권에 거주하는 많은 국민이 혼잡하면서도 오래 걸리는 출퇴근길에 고통받고 있는 상황임을 볼 때, 두 개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광역교통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빠르고 편리한 출퇴근길 조성을 통해 국민들께 여유로운 일상을 돌려드리는 것'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다.
광역철도, 광역도로, BRT 등 광역교통시설의 적기 구축과 광역버스 공급 확대, 유기적인 환승 연계 등 촘촘한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 외에도 효율적이며 편리한 교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통합교통서비스 MaaS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교통을 중심으로 국민 모든 생활분야가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강희업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필자〉강희업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은 고려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기술고시(30회)를 거쳐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다. 국토해양부와 국토교통부에서 도시광역교통과장, 도로정책과장 등 교통 분야 핵심 업무를 맡아왔으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수송교통국장으로서 최대 난제였던 교통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에도 MaaS 개념을 도입한 교통안내 앱으로 화제를 모았다. 기술안전정책관, 철도안전정책관과 철도국장을 거쳐 2023년 7월 차관급인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